광고닫기

법안 반대에 공개 사과 요구까지…혁신당 공세에 난감해진 與

중앙일보

2025.12.09 01:00

  • 글자크기
  • 인쇄
  • 공유
글자 크기 조절
기사 공유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오른쪽)가 지난달 26일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예방하고 인사말을 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조국혁신당이 9일 더불어민주당 대변인들에게 공식 사과를 요구했다. 전날 친여 성향 유튜브 채널에서 조국 혁신당 대표를 비판하는 과정에서 도 넘은 언사를 했다는 게 이유였다.

박찬규 혁신당 부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내란전담재판부와 관련한 조국 대표의 위헌성 지적에 대해 민주당 내 강경한 목소리가 도를 넘고 있다”며 “대선을 함께 치렀던 우당 대표에 대한 매우 무례한 말”이라고 했다. 전날 김지호 민주당 대변인이 유튜브 ‘스픽스’에서 “(조 대표가) 3당으로서 위상, 존재감이 아무래도 과거보다 많이 낮아졌기 때문에 민주당과 차별화된 모습을 보여주려고 한다”는 취지로 말한 걸 문제삼은 것이다. 김 대변인은 방송에서 “유명한 정의당 후보는 ‘윤석열이 대통령 되면 안 되나요’라고 했다”며 혁신당을 정의당에 빗대기도 했다. 함께 출연한 김민주 민주당 부대변인 역시 “조국 대표를 그닥 좋아하지 않는다. 서울대 로스쿨 형법 교수였는데 강의평가가 좋지 못했다”고 거들었다.

이에 박 부대변인은 “인신공격을 방송에서 벌였다”고 규정하며 “재발 시 민주당 지도부에 공식 항의하겠다”고 반발했다. 박 부대변인은 ‘A대변인과 B 부대변인’으로 칭하며 실명을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민주당 두 대변인들의 공식적인 사과를 요청한다”며 불쾌감을 숨기진 않았다.

논란이 커지자 김민주 부대변인은 “과한 발언으로 조 대표님과 혁신당 당원분들께 상처를 드렸다”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민주당 지도부 관계자도 “혁신당에 사과의 뜻을 전했다”고 밝혔다. 다만 김지호 대변인은 페이스북을 통해 “인신공격도, 저급한 표현도 단 한 번도 사용한 적이 없다”며 “어디가 제대로 긁히셨는지 알려주시면 저도 사과 검토해보겠다”고 뜻을 굽히지 않은 글을 썼다가 삭제했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오른쪽)가 26일 오전 국회에서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예방하고 인사말을 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2025.11.26.

이처럼 최근 혁신당을 바라보는 민주당 시선에는 서운함과 거부감이 복잡하게 교차하고 있다. 한 진영에 뿌리를 두고 있는 범여(汎與) 동지로서 여전히 “과도한 갈등 전선 확장은 부담”(재선 의원)이라는 분위기가 주를 이루지만, 일각에서는 민주당 발목을 잡으며 존재감을 키우는 혁신당 행보에 “갑자기 왜 이러냐”(지도부 소속 초선 의원)는 거부감을 드러내기도 한다.

민주당 원내지도부 관계자는 통화에서 “연말 쟁점 법안 처리를 앞둔 시점에 혁신당이 저러는 것이 우리로서는 섭섭하지만, 강하게 밀고 갈 수도 없는 딜레마 상태”라고 말했다. “연내 개혁 완수”(정청래 대표)를 눈앞에 둔 시점에 혁신당의 ‘마이웨이’가 본격화한 것이 곤혹스럽다는 게 민주당 지도부의 공통된 기류다.

이런 상황에서 혁신당의 실력 행사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

지난 8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는 혁신당 이해민 의원의 불참으로 민주당이 주도하는 허위조작정보 금지법(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이 소위 문턱을 넘지 못했다.

민주당이 9일 본회의 상정을 끝내 포기한 필리버스터 중지법(국회법 개정안) 역시 혁신당 비토가 주요 변수다. 그렇다고 민주당이 혁신당에 싫은 내색을 할 수 있는 형편이 되지도 못한다.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를 해제하려면 혁신당의 표결 협조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해제 의결 정족수(재적 5분의3)가 민주당 의석수보다 큰 까닭이다. 혁신당 관계자는 “필리버스터 해제에 불참할 뜻은 아직 없다”면서도 “민주당이 법안을 강행 처리하면 입장이 달라질 수 있다”고 했다.

조국혁신당은 9일 국민의힘에 환대 답례품으로 사과(과일)를 전달했다. 조국혁신당 제공

이런 가운데 조 대표는 이날 SBS에 출연해 민주당의 통일교 유착 의혹에 대해 “빨리 특검에서 경찰 국수본으로 넘기고, 국수본이 책임지고 조사해야 한다”며 철저한 수사를 강조했다. 민주당 재선 의원은 “혁신당이 내란전담재판부를 본격 비판한 시점이 내년 지방선거 D-180일 언저리”라며“결국 존재감을 키워 지방선거 몫을 더 채우려고 하기 위한 포석”이라고 주장했다.

혁신당은 이날 조 대표 명의의 취임 예방 감사 답례품을 각 정당에 발송했다. 국민의힘에 사과 한 상자를, 민주당을 비롯한 나머지 정당에는 떡을 보냈다. 사과에는 ‘내란 사과, 극우 절연의 용기를 기대한다’는 글을 첨부했다.



이찬규([email protected])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