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가 9일 한동훈 전 대표가 연루된 ‘당원게시판 의혹’에 대해 사실상의 중간 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한 전 대표 가족과 이름이 같은 당원이 게시글을 올린 게 확인됐고, 이들의 휴대전화 끝 네 자리가 동일하지만, 실제 가족인지는 조사 중이라는 내용이다.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은 이날 긴급 공지를 통해 “당원명부 확인 결과 한 전 대표의 가족과 같은 이름을 쓰는 A씨, B씨, C씨는 모두 서울 강남구병 소속이고, 휴대폰 번호 끝 네 자리도 동일했다”고 밝혔다. 이어 “D씨는 재외국민 당원으로 확인됐다”고 했다. 이 위원장이 공개한 A씨는 한 전 대표 부인, B씨는 장인, C씨는 장모, D씨는 딸과 이름이 같다. 한 전 대표 딸은 2023년 미국 매사추세츠 공대에 합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위원장은 또 “이들의 탈당 일자가 거의 동일하다”고 밝혔다. 공지문에 따르면 D씨는 지난해 12월 16일, B씨와 C씨는 하루 뒤인 12월 17일, A씨는 12월 19일 탈당했다. 한 전 대표는 지난해 12월 16일 대표직에서 물러났다.
한 전 대표 가족과 같은 이름의 당원들이 지난해 11월 국민의힘 익명 당원 게시판에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를 비방하는 1000여건의 글을 올렸다는 게 당원 게시판 의혹이다. 야권 관계자는 “이 위원장의 발표를 종합하면 실제 동일인 여부는 확정되진 않았지만, 정황상 가능성이 크다고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이 위원장은 통화에서 “이들이 한 전 대표의 실제 가족이 맞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며 “만약 이들이 쓴 글의 아이피(IP)가 동일하다면 한 사람이 허수 아이디를 동원해 공론의 장을 왜곡했다는 점에서 공정성을 해친 것”이라고 했다. 당무감사위가 지난달 28일 당원게시판 의혹의 본격 조사에 착수한 이후 경과를 공개한 건 처음이다.
이 위원장은 이날 “당무감사위는 조사 완료 후 위원 의견을 모아 당 윤리위에 회부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당 지도부는 지난달 사의를 표명한 여상원 전 윤리위원장의 후임을 물색하고 있다.
이날 발표로 국힘 내부는 들썩거렸다. 장예찬 전 최고위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지금이라도 한 전 대표는 가족의 여론조작에 대해 사과하고 반성하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장 대표가 지난 전당대회에서 당선된 이유 중 하나가 당원게시판 의혹을 확실히 정리하라는 당원 명령”이라고 말했다.
친한계는 “인격살인”(박정하 의원)이라고 반발했다. 박 의원은 “확인되지 않은 의혹을 기정사실로 하듯 한 전 대표 가족의 실명까지 공개했다. 명백한 개인정보 침해”라고 비판했다. 친한계 초선 의원은 “최전선에서 이재명 정권과 싸우는 한 전 대표를 때려 위기에서 벗어나겠다는 얄팍한 내부 총질”이라고 했다.
한 전 대표는 이날 SBS 유튜브에 출연해 “최근 장동혁 대표가 코너에 많이 몰리다 보니 정적을 어떻게든 공격해 당내 분란을 일으키는 선택을 한 것”이라며 “이런 식으론 지도부 상황이 타개되지 않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