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지도부 인사는 지난 7일 통화에서 민주당 법제사법위원들이 3일 밤 강행 처리한 내란전담재판부법을 “대폭 수정해야 한다”며 장탄식을 했다. 그는 “패스와 드리블을 정교하게 하다 100% 들어가겠다 할 때 공(법안)을 차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날 왜 밤에 그렇게 급히 처리된 거냐”고 되물었다. 지난 7일엔 대통령실 관계자에게서도 “법사위가 문제”라는 말이 나왔다.
결국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8일 의원총회에 나와 “외부 로펌에 자문을 의뢰해 위헌성을 최소화하겠다”고 했다.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은 다섯 차례 심사 때마다 출석해 “심판(헌법재판소)이 시합(재판)에 들어오느냐” “삼권 분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는 호소를 반복했다. 의결 직전엔 “검찰 책임자가 대통령 돼 계엄을 했는데 (검찰을 관할하는) 법무부가 사법권에 들어오느냐”는 포효에 가까운 발언도 했다. ‘12·3 계엄 관련 사건’을 맡는 담당 판사를 법무부·헌법재판소 등이 추천하도록 설계된 법안에 대한 항변이었다. 그 과정에서 우려는 법조계와 학계, 언론 전반으로 확산됐지만 지도부는 본회의를 하루 앞둔 시점에서야 수습에 나선 것이다.
‘강경파들의 막무가내식 입법 추진→여론 악화→대통령실 우려→지도부 긴급 땜질’은 민주당의 새로운 입법 루틴이 되어가고 있다. 지난 9월엔 민주당 운영위원들이 처리를 주도한 국회 증언·감정법 개정안이 이런 수순을 밟았다. 특위 해산 뒤에도 특위에서 한 발언을 위증죄로 고발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한덕수 전 국무총리 등에게 소급 적용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가 위헌 논란에 휩싸였다. 지도부는 본회의 처리 직전 긴급 의원총회를 열어 소급 적용 부칙을 들어냈다. 그 과정에서 당초 국회의장으로 돼 있던 고발 주체가 법사위원장으로 한 차례 바뀌었다가, 다시 의장으로 원상 복귀되는 촌극도 고스란히 노출되자 당내에서도 “입법이 장난이냐”는 말이 나왔다.
법사위 졸속 입법 시도의 주역들이 내놓은 반응은 놀라웠다. 민주당 법사위 간사인 김용민 의원은 8일 “위헌 ‘시비’ 가능성”일 뿐이라고 반응했고, 추미애 법사위원장은 9일 김어준씨 유튜브에 나와 “아무리 멀쩡해도 시비부터 건다”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극성 지지층만을 보고 달리다 제동이 걸리자 다시 극성 지지층에게 억울함을 호소한 것이다. 이날도 정 대표가 “민심의 척도”라고 여긴다는 딴지일보 게시판에는 “내란 세력 척결 제대로 안 하면 당 대표든 대통령이든 다 욕할 것”이라는 등의 글이 올라왔다.
법사위는 타 상임위에서 의결한 법안들이 위헌 우려가 있는지 법체계에 들어맞는지 등을 살펴야 할 책임이 있는 국회의 상원이자 입법의 최종 관문이다. 민주당 법사위 구성이 바뀌어야 정치가 숨 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