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9일) 서울동부지검 합동수사단이 ‘세관 마약수사 외압 의혹’ 사건에 연루된 세관 공무원과 경찰 고위직 등 15명에게 모두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세관 직원들이 마약 밀수를 도왔다는 주장도, 경찰·관세청 지휘부가 수사에 외압을 행사했다는 것도 사실이 아니었다는 결론이다. 합수단의 책임자는 이재명 대통령 취임 후에 임명된 친여권 성향의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이다.
이 의혹은 2024년 7월 백해룡 경정의 폭로로 점화됐다. 백 경정은 “2023년 마약사건을 수사하다 외국인 운반책에게 세관 공무원의 도움을 받았다는 진술을 확보했으며, 수사를 확대하다 윤석열 정부의 대통령실과 경찰 고위층의 외압을 받아 좌천까지 당했다”고 주장했다. 최근엔 윤 전 대통령 부부를 사건 배후로 언급하기도 했다. 하지만 합수단의 결론은 달랐다. 합수단은 “밀수범의 진술이 객관적 사실과 부합하지 않는 점을 추궁한 끝에 ‘세관 직원의 도움을 받은 사실이 없다’는 실토를 받아냈다”고 밝혔다. 다만 “대통령실과 김건희 일가의 마약 밀수 의혹 등에 대해서는 수사 중”이라고 덧붙였다.
이 의혹은 현 정부 출범 직후인 지난 6월 서울동부지검에 합동수사단이 구성되면서 수사로 이어졌다. 조용히 진행되던 수사는 지난 10월 이재명 대통령이 “성역 없이 엄정 수사하고, 백 경정을 수사팀에 파견하라”고 지시하면서 주목을 받았다. 대통령이 수사팀 구성에까지 관여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었다. 이 과정에서 수사기관 내부의 꼴사나운 갈등까지 노출했다. 임 지검장이 제보자인 백 경정을 기존 수사팀에 합류시키는 것은 공정성 논란을 부를 수 있다고 판단해 별도 팀을 구성하자 백 경정은 기존 수사팀을 “불법단체”라고 비난했다. 급기야 어제 합수단이 무혐의 처분을 내리자 백 경정은 “검찰이 사건을 덮었다”고 반발하며 검찰과 관세청 등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했다. 전담 수사팀이 결론을 내린 사안에 옆 수사팀이 ‘내가 수사하겠다’고 나선 모양새다. 국가 수사시스템의 규율이 무너진 황당한 일이다. 수사는 엄격한 증거에 따라 이뤄져야지, 특정 수사 담당자의 심증에 좌우될 수는 없다. 새로운 증거가 나오지도 않았는데 재수사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오히려 합수단의 결론을 보면 백 경정이 한 초기 수사에 문제가 있었다. 그동안 수사 과정에서 겪었을 세관 공무원의 고통은 대체 누가 책임질 것인가.
백 경정의 이런 돌출행동이 윤 전 대통령 부부를 겨냥했다는 이유만으로 이 대통령까지 나서 그에게 힘을 실어준 탓은 아닌지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백 경정의 주장이 사실과 다른 것으로 드러난 이상 인사조치가 불가피하다. 더 이상 개인이 국가 수사시스템 전체에 혼란을 주는 일은 막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