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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백해룡 투입” 지시했지만… 마약 의혹 모두 무혐의

중앙일보

2025.12.09 07:49 2025.12.09 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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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관 마약밀수 연루 및 외압 의혹’을 수사한 검경 합동수사단(합수단)이 의혹에 대해 사실무근이라고 결론 내렸다.

서울동부지검 ‘인천세관 마약 수사 외압 의혹 합동수사단’은 9일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하며 마약 밀수 연루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향정)를 받는 세관 직원 8명을 무혐의 처분했다고 밝혔다. 출범 6개월 만에 밀수를 도운 사실이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경찰청과 관세청 지휘부 7명이 백 경정에게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도 “대통령실의 개입과 관련자들의 위법행위가 확인되지 않았다”며 모두 혐의 없음 처분했다.

해당 수사는 백해룡 경정의 의혹 제기로 시작됐다. 백 경정은 서울 영등포경찰서 형사과장이었던 2023년 1월 말레이시아 국적 마약 밀수범이 세관 직원과 공모해 필로폰 약 24㎏을 밀수했다고 폭로했다. ‘세관 직원의 도움으로 4번 또는 5번 검색대를 통과했다’는 밀수범의 경찰 진술 등이 근거였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0월 직접 임은정 동부지검장에게 백 경정을 합류시키고 “엄정 수사하라”고 지시하면서 의혹은 커졌다.

그러나 합수단 조사 과정에서 모든 밀수범은 “사실은 세관 직원의 도움을 받은 사실이 없다”고 진술했다. 합수단은 2023년 9월 경찰의 인천공항 실황 조사 영상도 제시했다. 해당 영상에는 밀수범 A가 말레이시아어로 “그냥 연기해. 영상 찍으려고 하잖아. 지금은 그게 중요해” “넌 여기(4번 검색대) 아니면 여기(5번 검색대)에 서 있던 거야. 알겠지 ?”라며 동료에게 허위 진술을 종용하는 듯한 모습이 담겼다. 합수단은 “당시 경찰은 밀수범들의 허위 진술을 믿고, 이에 근거해 세관 직원들의 가담 여부에 대한 수사에 착수한 것”이라고 발표했다.

가장 큰 쟁점이었던 ‘4·5번 세관 검색대 통과’ 진술도 밀수범이 진술을 바꾼 정황이 있다고 합수단은 설명했다. 당시 영상을 보면 A는 최초에 ‘농림축산부 검역대를 통과했다’고 진술했지만, 인천국제공항경찰단이 ‘여긴 동식물 검역소라 의미가 없다’며 제지하자 4·5번 세관 검색대를 임의로 특정하는 식으로 진술을 변경했다는 것이다.

합수단은 수사 외압 의혹도 실체가 없다고 판단했다. “백 경정이 제기한 대통령실 관여 여부 확인을 위해 피의자 주거지, 경찰청·인천세관 등 30개소를 압수수색하고 피의자 휴대전화 46대를 포렌식했지만 대통령실 관계자와 연락을 주고받은 내역 자체가 없었다”는 것이다. 경찰 지휘부의 브리핑 연기와 보도자료 수정 지시도 당시 세관을 압수수색할 예정이던 상황에서 적법했다고 판단했다.

합수단은 “수사 장기화 과정에서 객관적 사실과 다른 의혹 제기나 추측성 보도로 사건 관계인들의 명예훼손 등 피해가 증폭돼 수사 종결된 일부 범죄사실에 대한 결과를 먼저 발표하게 됐다”고 밝혔다.

임은정 지검장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밀수범들이 백 경정 앞에서 거짓말을 거침없이 모의하는 영상에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밀수범들의 거짓말에 속아 경찰 수사가 마약 밀수 조직에서 세관 직원들로 전환돼 직원 개개인은 물론 국가적 차원에서 여러모로 피해가 큰 사건”이라며 “느낌과 추측을 사실과 구분해서 말해야 한다. 위험하다”고 꼬집었다.

반면에 백 경정은 “세관이 말레이시아 마약 조직 필로폰 밀수에 가담한 정황 증거가 차고 넘쳐 검찰 사건 기록으로도 충분히 소명된다”고 반발했다. 백 경정은 현재 관세청·대검찰청 등 6개소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한 상태라고도 밝혔다.





이영근.오소영([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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