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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수·온열치료·신경성형술, 이젠 병원 마음대로 못한다

중앙일보

2025.12.09 07:58 2025.12.09 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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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도수치료, 경피적 경막외강 신경성형술, 방사선 온열치료 등을 이용할 때 병의원마다 제각각이었던 ‘고무줄 진료’ 대신 통일된 가격·기준이 매겨진다. 병의원 자율에 맡겨지던 이들 비급여 항목의 과잉 진료 우려가 커짐에 따라 건강보험을 적용하는 관리급여로 지정하기로 했다.

보건복지부는 9일 열린 제4차 비급여관리정책협의체에서 이렇게 결정했다고 밝혔다. 협의체는 지난 3월 정부가 과잉 비급여 항목을 관리급여에 포함하고 별도 가격·진료 기준을 두는 등의 의료개혁 2차 실행방안을 발표한 뒤 꾸려졌다. 지난달 도수치료 등 5개 항목을 관리급여 후보군으로 우선 검토하기로 한 협의체는 이날 치열한 논의 끝에 3개 항목을 관리급여로 선정했다. 다른 2개(체외충격파 치료, 언어 치료)를 관리급여에 포함시킬지는 추후 재논의하기로 했다.

차준홍 기자
관리급여로 지정된 3개 항목은 실손보험 등과 결합해 국민 의료비 부담을 늘리고 의사의 인기과 쏠림, 필수의료 기피를 부추긴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특히 도수치료는 비급여 진료비, 실손보험금 비급여 항목에서 모두 1위를 차지한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전체 의료기관의 도수치료 연간 진료비 규모(지난해 3월분 보고)는 1조4496억원에 달한다. 경피적 경막외강 신경성형술(2244억원), 방사선 온열치료(996억원)도 적지 않다.

현재 비급여는 병의원 마음대로 가격을 매기고 뚜렷한 진료 기준 없이 시행된다. 관리급여로 지정되면 건보 체계 안에서 적응증(치료에 따른 효과가 기대되는 질환·증상)과 수가(의료 서비스 대가), 횟수 등을 통제받게 된다.

환자 입장에선 지금보다 도수치료 등에 드는 비용이 오를 수도 있다. 진료비의 5%만 건보 재정에서 부담하고, 나머지 95%는 환자가 낸다. 대신 의료기관마다 천차만별인 진료비 대신 균일한 가격이 적용되고, 의학적 필요성에 맞춰 적정 수준의 진료를 받을 가능성이 커진다.

실손보험 가입자의 보장 수준은 지금과 크게 바뀌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의학적 필요성을 넘어선 과잉 진료는 지금과 달리 아예 보험금을 받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보험료 인상 압박은 줄게 된다.

도수치료 등 3개 항목의 급여 기준과 가격 등은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최종 결정될 예정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내년 1분기부터 적용하는 게 목표”라면서 “시행 상황을 보면서 비급여 항목 추가 등을 추가로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문가 사이에선 3개 항목만 선정된 건 아쉽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과도하게 커진 비급여 시장을 통제하기에 부족하단 얘기다. 김진현 서울대 간호대 교수는 “현재 비급여는 건보·실손보험 재정 모두를 낭비하는 구조”라며 “치료 목적이 큰 비급여는 정부가 가격·목록을 표준화하는 등 강하게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의료계는 반발하고 있다. 관리급여 영향을 받는 정형외과·재활의학과·마취통증의학과 등의 수입 감소가 예상된다는 것이다. 한 재활의학과 전문의는 “병원 수입의 60~70%가 날아갈 수 있다. 다 죽으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한의사협회는 헌법소원 제기, 협의체 불참 등 대응 방안을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정종훈.채혜선([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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