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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검 ‘통일교 돈’ 여당 수사 덮는 사이, 공소시효 임박했다

중앙일보

2025.12.09 08:01 2025.12.09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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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이 9일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통일교의 금품 지원 의혹 사건을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국수본)로 이첩했다. 지난 8월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민주당 의원 두 명이 경기도 가평 천정궁(통일교 본부)에 방문해 한학자 총재를 만난 뒤 현금과 시계를 지원받았다”는 취지로 특검팀에 진술한 지 약 3개월 만이다.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에 대해 통일교로부터 1억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한 혐의로 기소한 것과 달리 민주당과 관련한 의혹은 수사하지 않고 덮으려 했다는 의혹이 커지자 뒤늦게 사건 이첩을 결정한 모양새다. 이에 직무유기란 비판까지 나왔다.

특검팀은 범죄 혐의를 암시하는 윤 전 본부장의 진술을 확보한 이후 내부적인 검토를 한 결과 “특검법상 수사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리고 내사 번호만 부여한 상태에서 지난 3개월간 사건을 묵혔다. 그사이에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처벌할 수 있는 7년의 공소시효가 점차 채워지며 사건을 이첩받은 국수본으로선 시간에 쫓기듯 수사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윤 전 본부장이 진술한 민주당 금품 제공 시기는 문재인 정부 때인 2017~2021년 사이다. 이 중 통일교로부터 각각 수천만원대의 시계와 현금을 제공받은 것으로 지목된 민주당 전현직 의원의 경우 그 시점이 2018~2020년으로 추정된다. 만일 2018년 금품 제공이 이뤄졌을 경우 올해 말 공소시효가 만료된다.

시계와 현금을 수수했다는 의혹이 퍼지자 전재수 해양수산부 장관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단 하나도 사실이 아니다. 의정활동은 물론 개인적 영역 어디에서도 통일교를 포함한 어떤 금품도 받은 사실이 없다”며 “허위보도와 악의적 왜곡에 대해선 모든 법적 수단을 통해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특검팀은 통일교의 민주당 금품 지원과 관련한 윤 전 본부장의 진술에 대해 “인적·물적·시간적으로 볼 때 명백히 특검법상 수사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금품 제공이 이뤄진 시기로 지목된 시점이 2022년 대선 이전이고, 윤석열 전 대통령 및 김건희 여사와의 관련성을 찾기 어려운 만큼 수사 대상이 아니라는 취지다.

특검팀은 그간 윤 전 대통령 부부와 직접 관련성이 없는 사건 역시 수사를 거쳐 관련자들을 재판에 넘겨왔다. ‘집사 게이트’ 공범으로 입건된 조영탁 IMS모빌리티 대표가 경제지 기자에게 수천만원을 건네고 우호적인 기사를 부탁한 혐의(배임증재)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청구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또 양평 고속도로 종점 변경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선 해당 의혹과는 무관한 국토교통부 서기관의 뇌물수수 사건을 관련 범죄로 판단해 기소했다. 민주당에 대한 금품 지원 의혹에 대해 관련 사건의 범위를 엄격하게 해석한 것과 달리 정치권과 무관한 사건에 대해선 사실상 징검다리식으로 지류 사건을 수사해 온 셈이다.

과거 특검팀 파견 경험이 있는 검찰 간부는 “특검법은 명시된 의혹 사건 이외에도 관련 인지 사건을 수사할 수 있도록 하는데 통일교와 국민의힘의 유착 의혹을 수사하던 중 드러난 또 다른 정당 소속 정치인의 범죄 혐의를 수사 대상이 아니라고 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수사 대상이 아니라는 판단에 자신이 있었다면 결정과 동시에 타 수사기관으로 이첩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진우([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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