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과 중국·러시아가 9일 각기 방사포와 군용기를 이용해 서해와 동·남해 상에서 무력시위를 벌였다. 공교롭게도 중국과 일본 간 갈등이 격화하고, 양국 모두와 관계 개선을 꾀하고 있는 한국은 중립을 지키는 가운데 벌어진 일이다.
소식통들에 따르면 한·미 군 당국은 북한이 이날 오후 서해 상으로 방사포 수 발을 발사한 것을 포착했다. 현재 북한은 연말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와 내년 초 9차 당대회 준비에 여념이 없는데, 이는 통상적으로 진행하는 북한군 동계훈련의 일환으로 보인다.
북한은 지난달 3일에도 서북 해상으로 방사포 수 발을 발사했다. 당시에는 방한 중인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부 장관이 안규백 국방부 장관과 판문점을 방문하는 걸 겨냥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다만 이번에는 한반도와 관련한 특별한 정치·외교 행사는 없었다.
앞서 이날 오전에는 중국과 러시아 군용기가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 카디즈)에 무단으로 진입했다. KADIZ는 각국이 자국의 영공으로 빠르게 접근하는 비행체를 조기에 식별해 대응하기 위해 설정한 임의의 선이다. 영공과는 다른 개념이지만, 진입 전 해당 국가에 알리는 게 관례다.
합동참모본부는 "오전 10시께 러시아 군용기 7대와 중국 군용기 2대가 동해 및 남해 KADIZ에 순차적으로 진입 후 이탈했다"며 "영공 침범은 없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 군은 중국 및 러시아 군용기가 KADIZ에 진입하기 이전부터 식별했다"며 "공군 전투기를 투입해 우발적 상황에 대비한 전술조치를 했다"고 덧붙였다.
KADIZ에 진입한 양국 군용기는 전투기와 폭격기다. 이들은 동남쪽과 북동쪽에서 각각 날아왔다.
특히 일부는 남해상 KADIZ와 일본 방공식별구역(JADIZ)의 중첩구역에 진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군 소식통에 따르면 울릉도와 독도 사이로 향한 러시아 측 군용기 4대 중 2대가 남하해 대마도 인근 상공의 중첩구역에서 중국 측 군용기 2대와 합류했다. 양국 군용기는 중첩구역에서 연합 공중훈련으로 추정되는 비행을 한 뒤 각각 돌아갔다. 군 당국은 이에 대응하기 위해 F-15K 전투기 등을 긴급 출격시켰다.
중·러 군용기가 함께 KADIZ에 무단으로 진입한 것은 지난해 11월 29일 이후 약 1년여 만이다.
과거에도 중·러는 정세에 맞춰 KADIZ 진입 카드를 활용하곤 했다. 2019~2021년 한·일 관계 악화로 갈등이 표면화할 때면 중·러 군용기가 KADIZ를 휘젓고 나가며 양국의 대응을 떠보곤 했다. 지난 2022년에는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의 방한과 방일에 맞춰 양국 군용기가 KADIZ에 들락날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