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조진웅(49)의 소년범죄 전력을 두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가운데, 지난해 소년보호재판 처분 건수가 사상 처음 5만건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정치권 등 일각에서 소년 범죄를 엄벌해야 한단 주장이 제기되지만, 전문가들은 범죄 예방과 교화를 위한 제도 설계가 중요하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9일 법원행정처 사법연감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소년보호재판에서 처분이 내려진 사건은 5만1020건으로 5년 전인 2019년(3만4890건)보다 46.2%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범죄 유형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절도는 1만2941건에서 1만7843건으로 37.9% 늘었고, 폭행과 성범죄도 각각 86.6%(2020→3770건), 71.4%(1411→2419건) 늘었다. 19세 미만의 소년이 범죄를 저지른 경우 법원은 사건의 경중에 따라 형사재판을 거쳐 형벌을 내리거나, 소년보호재판을 거쳐 사회봉사명령, 보호관찰, 소년원 송치 등 보호처분을 내린다.
전문가들은 소년범죄 처분 증가의 첫번째 원인으로 사법환경 변화를 꼽았다. 예전엔 재판에 넘기지 않던 사건까지도 최근엔 재판에 넘겨 처분을 내리는 경우가 늘었단 분석이다. 실제 대검찰청 소년사범 처리 현황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수사기관에 입건된 소년사범은 6만2991명으로 2019년(7만5184명) 대비 16.2%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소년보호재판 처분 건수가 늘어난 것과 대비된다.
박선영 한세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수사기관의 엄벌주의 경향이 강해진 것도 원인으로 지목되지만, 돌아갈 곳 없는 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법원이 보호처분을 내리는 경우도 많다”며 “소년부 재판에서 처분을 내릴 때 가장 중요하게 보는 것이 부모의 보호력인데, 부모가 재판에 나타나지 않을 정도로 가정에서 보호 받지 못하는 아이들이 많다 보니 갈 곳 없는 소년을 보호하기 위해 시설 위탁 처분을 내리는 사례가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배우 조진웅 관련 논란이 정치권으로 번지면서 소년범죄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다시 제기되고 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7일 고위공직자 등의 중대 소년범죄 전력을 공개하도록 하는 법안을 발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행 소년법은 ‘소년 보호사건과 관계있는 기관은 그 사건 내용에 관하여 재판, 수사 또는 군사상 필요한 경우 외의 어떠한 조회에도 응하여서는 아니 된다(제70조 제1항)’며 사건 기록 공개를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는데, 이를 완화하겠다는 것이다.
지난해 9월엔 청소년의 딥페이크(허위조작영상물) 성범죄가 사회 문제로 떠오르자 여야가 앞다퉈 처벌 강화 법안을 제출하기도 했다. 당시 김용민(더불어민주당)·한지아(국민의힘) 의원 등은 현재 만 14세인 형사 미성년자 기준 연령을 낮춰 형사처벌의 범위를 넓히는 형법 개정안을 제출했다. 김대근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미디어를 통해 일부 소년 범죄가 과도하게 강조되거나 반복되다 보니, 범죄의 예방과 재범 방지보다는 처벌에 관한 논의에 관심이 쏠리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소년법 제정 취지를 고려하면 처벌 강화나 이력 공개 관련 규정 완화는 극히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장진환 단국대 법학과 겸임교수는 “미성년자에게 형법이 아닌 소년법이라는 특별법을 적용하는 건 사회를 배우는 과정에 있는 미성숙한 존재이기 때문”이라며 “공인이라고 하더라도 미성년자였을 때의 잘못을 공개하는 것은 대단히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사법대학 교수는 “미성년자가 범죄를 저지르더라도 다시 교육하고 교화해 건전한 사회 구성원으로 변화시킬 수 있도록 제도를 설계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처벌을 강화하고 낙인을 새기는 대신 어떻게 범죄를 예방하고 교화할 것인지를 더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