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오 서울 성동구청장이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 경쟁 구도에 미묘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언더독에서 다크호스로 부상한 데 이어 ‘명심(明心)’ 논란으로 주목받고 있어서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8일 X(옛 트위터)에 “정원오 구청장이 일을 잘하기는 잘하나 봅니다. 저의 성남시장 만족도가 꽤 높았는데, 저는 명함도 못 내밀 듯”이라고 적었다. 정 구청장도 이 대통령의 글을 자신의 X에 공유하며 “원조 ‘일잘러’로부터 이런 칭찬을 받다니 감개무량할 따름이다. 더욱 정진하겠다”고 화답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12일 중앙지방협력회의 오찬에서도 정 구청장을 자신과 같은 헤드테이블에 앉힌 적이 있다. 한 달 간격으로 이뤄진 이 대통령의 특별 대우에 정치권의 이목은 집중됐다. 국민의힘 소속인 오세훈 서울시장의 현역 프리미엄을 뛰어넘을 여권 후보가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 신선한 이미지의 정 구청장을 이 대통령이 밀고 있는 게 아니냐는 정치적 해석이 뒤따랐기 때문이다. 공교롭게 이 대통령이 나서면서 김민석 국무총리와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 등의 서울시장 차출설도 최근엔 다소 잠잠해졌다.
이미 서울시장 후보를 향해 뛰고 있는 민주당 인사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이미 출마 선언을 한 박홍근 민주당 의원은 9일 라디오에서 “좀 의아스럽기도 하고 좀 당혹스러운 게 솔직한 마음”이라며 “대통령도 이렇게 파장이 있을 줄은 몰랐던 것 같다. 인간적으로 부럽기는 하다”고 말했다. 민주당의 한 재선 의원은 “출마가 거론되는 이들 중 오세훈 시장에게 이기는 사람이 아직 안 나와 연말 여론조사를 앞두고 (정 구청장을) 유력 후보군으로 올려주려고 한 것 같다”며 “좀 노골적으로 보이긴 한다. 다른 후보들은 섭섭하기도 할 테지만, 대통령 의중이 뭔지 해석도 분분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당 안팎의 논란이 커지자 김민석 국무총리는 9일 “개인적으로 본 부분에 대한, 아주 그냥 개인적 소회를 자연스럽게 올리는 것이 확대 해석되는 것 아닌가 싶다”며 “자연스러운 느낌을 표현한 것”이라고 수습에 나섰다.
이 대통령의 메시지에 민주당 내부가 이토록 예민하게 반응하는 건 민주당 경선 구도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정 구청장은 비명계로 분류되는 임종석 전 대통령실비서실장의 보좌관 출신으로 과거 일부 강성 지지층의 비토도 있었다. 여론조사에 비해 경선에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관측이 적잖았다. 하지만 이 대통령이 정 구청장을 직접 언급하면서 경선 구도에 변수가 늘었다.
더욱이 정 구청장은 최근 상승세도 뚜렷하다. 정 구청장은 스트레이트뉴스가 조원씨앤아이에 의뢰해 지난달 1~2일 서울 거주 유권자 801명에게 자동응답전화(ARS) 방식으로 진행한 진보·여권 후보 적합도 조사에서 13.0%를 기록해 박주민 의원(10.0%) 등을 제치고 선두를 기록했다. 정 구청장이 다크호스로 급부상하면서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도 “젊은 피가 후보가 되도록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친명계 의원)는 말이 나온다.
야권에서의 주목도 역시 커지고 있다. 해외 출장 중인 오세훈 서울시장은 7일(현지시간)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가진 기자 간담회에서 “정 구청장은 제가 일찌감치 일하는 능력을 높이 평가한 적 있다. 다른 주자들과 차별화된다”고 평가했다. 반면 나머지 민주당 후보군에 대해선 “서울시 행정에 무지했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생뚱맞은 코멘트를 내놓고 있다. 식견에 한계가 있다”고 혹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