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I가 미국 대형 에너지 전문기업에 약 2조원 규모의 에너지저장장치(ESS)용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공급한다. 삼성SDI가 삼원계가 아닌 LFP 배터리 수주에 성공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삼성SDI는 미주법인인 ‘삼성SDI 아메리카(SDIA)’가 미국의 에너지 관련 인프라 개발·운영 업체와 ESS용 LFP 배터리 공급을 위한 다년 계약을 체결했다고 10일 밝혔다. 계약 규모는 2조원을 넘는다. 기간은 오는 2027년부터 약 3년간이다. 구체적인 사명은 비밀 유지 계약에 따라 공개되지 않았다.
앞서 삼성SDI는 미국에서 완성차 업체 스텔란티스와 합작으로 설립한 전기차용 각형 배터리 공장의 생산라인 일부를 ESS용으로 전환했다. 현재 ESS용 삼원계(NCA) 배터리를 생산하고 있지만, 내년부터 현지 수요에 맞춰 LFP 배터리 생산라인도 확보할 계획이다. 이번 수주 물량도 여기서 양산될 예정이다. LFP 배터리는 단가가 저렴하고 화재 위험성이 낮다는 특성이 있어 글로벌 ESS 시장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삼성SDI가 공급하는 LFP 배터리셀은 자사 제품인 ‘SBB(Samsung Battery Box) 2.0’에 탑재된다. SBB는 20피트(ft·약 6m) 크기의 컨테이너에 배터리와 화재 안전장치 등을 통합 설치한 일체형 ESS 솔루션으로, SBB 2.0은 각형 LFP 배터리가 적용된 첫 모델이다. 삼성SDI는 이번 수주 외에도 글로벌 고객사들과 LFP 배터리 공급에 대한 협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SDI 관계자는 “이번 계약은 삼원계 배터리를 주력으로 하던 삼성SDI가 LFP 배터리로 제품 포트폴리오를 확장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글로벌 고객사들에 화재 안전성은 물론 성능과 가격 경쟁력이 모두 뛰어난 ESS 제품 공급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