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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법무부, '결과적 인종차별' 금지규정 50여년만에 폐지

연합뉴스

2025.12.09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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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방정부 자금 수령시 '극심한 불균형적 영향' 고려 중단 민권단체 "아주 교묘한 차별 막을 핵심보호장치 없애는 것"
美 법무부, '결과적 인종차별' 금지규정 50여년만에 폐지
연방정부 자금 수령시 '극심한 불균형적 영향' 고려 중단
민권단체 "아주 교묘한 차별 막을 핵심보호장치 없애는 것"

(서울=연합뉴스) 임화섭 기자 = 미국 법무부가 의도나 형식이 어떻든 결과적으로 인종차별을 부르는 조치를 금지하는 규정을 50여 년 만에 폐지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팸 본디 법무부 장관은 '극심한 불균형적 영향'(disparate impact)이라고 불리는 전통적 기준에 따른 법무부 가이드라인을 공식적으로 폐지키로 했다고 9일(현지시간) 발표했다.
그는 연방정부 자금을 수령하는 주체가 인종 문제를 반드시 감안하도록 요구해온 법무부 규정들이 지나치게 오래 유지됐다며 폐지 방침을 밝혔다.
'극심한 불균형적 영향'이라는 표현은 표면상 혹은 형식상으로는 차별이 아닌 것처럼 보이더라도 실제로는 법적 보호 대상인 집단의 사람들에게 특히 불균형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경우를 가리킨다.
'결과적 차별행위', '불리 효과', '차별적 영향' 등 다양한 표현으로 의역되기도 한다.
이는 형식적·노골적·고의적 차별행위뿐만 아니라 실질적 차별행위도 금지해야 한다는 것으로, 이는 미국이 수십년간 유지해온 차별금지 정책의 기반이 되는 '1964년 민권법'에 대한 주류 해석으로 행정부와 법원에서 자리잡은 상태다.
예를 들어 어떤 산업시설의 입지를 선정할 때 표면상으로는 인종 문제와 무관하게 결정을 내린 것처럼 되어 있더라도 그 주변에 살고 있는 흑인 다수 지역에 큰 피해가 가도록 하는 것은 엄연히 차별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 법무부는 연방정부 자금을 받으려는 주체들에게 '극심한 불균형적 영향'이 있는지 검토하도록 의무화하는 정책을 1973년부터 시행해왔다.
또 이런 법 해석과 규정을 바탕으로 '차별적 관행의 패턴'이 나타날 경우 주택공급업체나 경찰조직 등을 상대로 수사와 조사를 벌이고 합의 등을 통해 차별적 관행을 없애도록 유도해왔다.
법무부가 '극심한 불균형적 영향' 기준을 폐지할 경우 법무부가 주택, 형사법, 고용, 환경규제 등 다양한 정책분야에서 차별적 편견에 제동을 가하기가 더욱 어렵게 된다고 폴리티코는 지적했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4월에 '극심한 불균형적 영향' 기준에 입각한 책임추궁을 폐지하라는 내용을 담은 행정명령을 연방정부 조직과 산하기관들에 하달했다.
법무부의 이번 가이드라인 폐지는 입법예고 후 의견 수렴 등 통상적 규정 개폐 절차를 준수하지 않고 이뤄졌다고 폴리티코는 지적했다.
이에 관해 법무부의 한 공보담당자는 "기관 운영 혹은 인사 혹은 (…) 자금지원, 혜택, 계약 등"에 관한 규정을 개폐할 때는 이런 절차를 건너뛸 수 있다고 말했다.
민권단체 겸 민권분야 전문 법무법인인 전미유색인종지위향상협회 법률방어교육기금(NAACP LDF)은 이번 조치가 전례가 없고 위험하다며 반발했다.
NACCP LDF의 선임 정책 법률고문인 아말레아 스머니오토풀로스는 "트럼프 행정부는 사람들을 차별로부터 보호하는 법규를 훼손하면서 평등을 중시한다고 주장해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그는 "불공정한 차별 정책을 금지하는 법무부 규정을 폐지하는 것은 아주 교묘한 방식의 배제를 막아주는 핵심적 보호장치를 없애버리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하밋 딜런 법무부 민권담당 차관보는 "이전의 '극심한 불균형적 영향' 규정은 고의적 차별의 증거가 없는데도 인종적으로 중립적 정책에 이의를 제기하는 것을 부추겨 왔다"며 "우리는 이런 (민권법 해석) 이론을 거부함으로써실제 차별의 증거를 요구함으로써 법 아래 진정한 평등을 회복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인종이나 성별에 기반한 할당제를 부과하는 데에 부정적 의견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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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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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화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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