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반도체 기업들의 여윳돈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SK하이닉스는 고대역폭메모리(HBM) 호황에 힘입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10일 기업데이터연구소 CEO스코어에 따르면 금융사를 제외한 국내 500대 기업 중 상장사 327곳을 조사한 결과, 올 3분기 누적 잉여현금흐름은 69조6498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조5959억원(42%) 늘어난 수치다. 잉여현금흐름은 영업활동 현금흐름에서 생산설비 등 자본지출(CAPEX)을 뺀 값으로, 실제 기업의 자금 사정이 얼마나 양호한지 알 수 있는 지표다.
올해 잉여현금흐름이 늘어난 기업은 127곳으로, 줄어든 기업(110곳)보다 많았다. 특히 올해 업황이 개선된 반도체 업계를 중심으로 크게 늘었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보다 8조1543억원 급증한 14조395억원을 기록했다. 가장 큰 증가폭이다. 삼성전자는 5조6919억원이 늘어나 19조380억원의 잉여현금흐름을 보였다. 누적액 기준으론 가장 큰 금액이다. 두 기업을 합친 증가폭은 13조8462억원에 이른다.
한화오션(2조9231억원), HD현대중공업(2조4059억원) 등 한미 조선협력 사업인 ‘마스가(MASGA)’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기업들도 높은 증가폭을 보였다. 이 밖에 한국전력공사(2조1228억원), LG화학(2조888억원), 삼성E&A(1조6787억원), LG디스플레이(1조5967억원), 삼성중공업(1조4406억원), LG이노텍(1조3922억원) 순이었다.
반면 잉여현금흐름이 가장 크게 감소한 기업은 현대자동차로, 전년 대비 3조5170억원 줄었다. 한미 관세 협상 타결이 지연되면서 25%의 높은 자동차 관세율을 적용받은 기간이 길어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자동차는 지난달 1일 기준으로 15% 관세율을 소급 적용받고 있다. 이어 현대건설(-1조2978억원), SK텔레콤(-1조261억원), 기아(-1조90억원), 고려아연(-9674억원), LIG넥스원(-8067억원), LG전자(-8037억원) 순으로 감소폭이 컸다. CEO스코어는 “늘어난 잉여현금흐름이 기업의 투자 활성화로 이어지는 양상을 보였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