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주재로 9일 노동당 전원회의를 시작하며 내년 초 9차 당 대회와 최고인민회의로 이어지는 주요 정치 시즌에 돌입했다. 이번 전원회의에선 내년 9차 당 대회 때 공개할 김정은 체제의 리더십 공고화 방안이 주요 의제가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했다.
10일 관영 노동신문에 따르면 북한은 김 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전날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13차 전원회의 확대회의를 평양에서 소집했다. 신문은 이 자리에서 “2025년도 당 및 국가정책집행정형 총화, 당 중앙검사위원회 사업 정형, 당 제9차 대회 준비와 관련한 주요 문제 등 5개 의정에 대한 토의를 승인했다”고 설명했다.
통상 12월 말에 열리는 전원회의는 한 해 국가 사업을 결산하는 성격이 크다. 이를 12월 초로 당긴 건 내년 초 9차 당 대회에 집중하기 위한 의도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주요 안건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은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보인다. 이번 회의에선 내년 1~2월 중으로 예상되는 당 대회의 구체적인 일정도 확정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김정은이 연초 9차 당 대회와 이어지는 최고인민회의를 통해 향후 5개년 동안 추진할 당 노선을 채택하고, 김정은 체제의 리더십 강화에 초점을 둔 당 규약 개정 등을 시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9차 당 대회에서 김정은 혁명 사상 또는 김정은 주의의 채택 및 국가 주석제의 부활 여부 등이 주요하게 지켜볼 부분”라고 짚었다. 이 때까지 김정은이 대외 활동보다는 내치에 주력할 것으로 예상되는 건 그래서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그간 김정은 집권 이후 상대적으로 덜 부각됐던 사상적 토대, 김정은 시대의 철학 등이 차기 당 대회의 핵심이 될 것”이라면서 “이를 통해 김정은은 장기 집권을 꾀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노동신문이 공개한 전원회의 사진에는 이일환 당 선전비서가 약 1년 만에 주석단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이일환은 올해 1월 2일 노력혁신자·공로자 신년 기념촬영 이후 관영 매체에서 자취를 감추면서 근신 처분을 받았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이날 재등장은 그의 복권을 의미하는 것으로, 이일환은 김정은과 박태성 내각 총리, 최용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조용원 당 조직비서 등과 함께 주석단 맨 앞줄에 앉은 모습이었다. 주석단 뒷줄에는 이영길, 정경택, 노광철, 최선희, 김덕훈, 박정천 등 당 정치국 위원이 자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