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이 “만약 윤석열 전 대통령이 탄핵되면 헌법재판소를 부숴야 한다”고 공개 주장해 논란을 빚은 김용원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을 고발 조치했다고 10일 밝혔다.
감사원은 이날 ‘김용원 상임위원 등 국가인권위원회의 헌정 부정 행위’ 감사 보고서를 공개하며 김 상임위원을 국가공무원법 제65조(정치운동 금지) 위반 혐의로 고발한 사실을 알렸다. 김 상임위원은 지난 1월 헌재 탄핵 심판에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방어권 보장을 요구하는 안건을 인권위에 제출했다. 이어 다음달엔 자신의 페이스북에 “만약 헌법재판소가 주권자인 국민의 뜻을 거슬러 대통령을 탄핵한다면 국민은 헌재를 두들겨 부수어 흔적도 남김 없이 없애버려야 한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김 상임위원이 올린 안건은 두 차례 상정이 무산된 끝에 지난 2월 전원위원회에서 의결됐다. 같은 달 국회 본회의에선 당시 야당이던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김 상임위원이 헌정질서 부정 및 내란 선전·선동 등 인권위원으로서 부적절한 행위를 하고 있지만 인권위가 방치하고 있다”는 감사 요구안이 통과됐다.
감사원은 김 상임위원의 행위에 대해 “특정 정당·세력 또는 정치인에 대한 비난 또는 부정적 견해를 표명하는 내용으로 기자회견 및 보도자료 배포와 함께 SNS 계정에 글을 게시한 행위는 정치적 편향성 또는 당파성을 명백히 드러낸 행위”라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정치적 목적이 인정되고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할 가능성이 큰 경우에 해당한다”며 “이는 인권위에 대한 국민 신뢰를 실추할 우려가 있는 행위”라고 강조했다.
다만 ‘윤 전 대통령 방어권 보장’ 안건의 발의 및 의결 과정 자체에 대해선 “절차상 위법, 부당한 사실은 확인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감사원은 안창호 국가인권위원장에 대해서도 “내·외부로부터 해당 상임위원의 위법한 행위 등을 지적받고도 감사나 법령 위반 여부를 검토하지 않는 등 부적절한 행위를 제대로 관리 감독하지 못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지적했다.
그런 가운데 ‘세계 인권의 날’인 10일 국가인권위원회 안경환(4대)·최영애(8대)·송두환(9대) 전 인권위원장 등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인권위 독립성을 훼손한 안창호 위원장과 일부 인권위원들은 즉각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 전 위원장은 “직원들이 실명을 걸고 위원장 퇴진을 요구하는 건 굉장한 용기”라며 “국회가 계엄 해제를 했듯 인권위법 전면 개혁을 통해 인권위를 쇄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전직 위원장들이 모여 현직 위원장 사퇴를 요구한 건 2001년 인권위 출범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같은 시각 시민사회 단체들은 인권의 날 기념식이 열리는 서울 중구 안중근의사기념관 앞에서 안 위원장의 행사장 입장을 가로막았다.
인권의 날 기념식은 결국 안 위원장 없이 시작됐고, 안 위원장은 수차례 재입장을 시도했지만 정오께까지 행사장에 들어가지 못한 채로 기념식이 종료됐다. 안 위원장은 취재진과 만나 “인권위 독립성 확보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