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이 6·3 지방선거를 반년 앞두고 부각된 ‘통일교 리스크’에 10일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전재수 해양수산부 장관에게 금품을 건넸다고 특검 수사에서 진술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통일교 금품전달 의혹이 지방선거의 뇌관으로 떠오를 조짐이 나타나서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특정 종교 단체와 정치인의 불법적 연루 의혹에 대해 여야, 지위고하와 관계없이 엄정하게 수사할 것을 지시했다”고 대통령실은 전했다.
윤 전 본부장은 민중기 특별검사팀 조사에서 “2018~2020년 전재수 장관(당시 국회의원)에게 현금 4000만원, 명품시계 2개를 전달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최근 알려졌다. 윤 전 본부장은 2022년 김건희 여사 등에게 가방과 목걸이를 건네고 현안을 청탁하고,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에게 불법정치자금 1억원을 건넨 혐의로 구속기소된 인물이다. 전재수 장관은 지난 9일 금품전달 진술에 대해 “의정활동은 물론 개인적 영역 어디에서도 통일교를 포함해 금품을 받은 사실이 없다. 전부 허위사실”이라며 “허위보도와 악의적 왜곡에 대해 모든 법적 수단을 통해 끝까지 책임을 묻겠다”며 강하게 부인했다.
하지만 정치권은 이미 이번 파장이 부산시장 선거에 미칠 영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전 장관이 현직인 박형준 부산시장과 양강구도를 형성하는 여권 내 부동의 빅샷이라서다. 9월 13~15일 부산 KBS가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실시한 ‘차기 부산시장 후보 지지도’에서 전 장관은 17%, 박 시장은 15%를 기록했다. 오차 범위(±3.1%포인트) 이내지만, 현직인 박 시장이 밀렸다. 9월 7~8일 부산일보가 실시한 차기 부산시장 여론조사에서도 전 장관이 오차범위 내 우위를 점했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민중기 특검은 윤 전 본부장의 진술을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이첩했다. 향후 국수본 수사 과정에서의 쟁점은 ▶금품이 실제 전달됐는지 ▶금품이 전달됐다면 뭉칫돈인지 쪼개기 후원인지 ▶쪼개기 후원이라면 구체적인 청탁이 있었는지 등이 될 전망이다. 쟁점에 대한 수사 결과나 언론보도에 따라 부산시장 선거도 요동칠 가능성이 크다. 박수현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10일 라디오에서 “수사가 이뤄질 것이고, 민주당 인사들이 불법적으로 연관이 돼 있는게 있다면 결과에 따라 처벌하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권의 이목은 1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7부(우인성 부장판사)가 진행하는 ‘통일교의 권성동·김건희 현안청탁’ 9차 공판으로 쏠리고 있다. 윤 전 본부장이 이날 재판에서 통일교가 금품을 건넸다는 민주당 전·현직 의원들의 실명을 공개할 거란 관측이 제기되고 있어서다. 그는 지난 5일 같은 법정에서 “2017~2021년 국민의힘 보다는 민주당 쪽과 가까웠다. 현 정부 장관급 네 분에게 어프로치(접근)했고, 그 중 두 명은 한학자 통일교 총재에게 왔다 갔다”고 말했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공개 대상 인물이 누군지가 초미의 관심사”라며 “실명이 공개될 경우 지방선거에 어떤 형태로든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런 가운데, 이 대통령의 최측근인 정진상 전 민주당 당대표 정무조정실장은 통일교 연관설을 부인했다. 김지호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최근 통일교 측이 정 전 실장과 접촉했다는 보도와 관련해 정 전 실장은 '해당 내용은 전혀 사실이 아니며 통일교 측과 어떠한 접촉도 없었다'고 밝혀왔다”고 전했다. 연관설 보도는 지난 9일 건진법사 전성배씨의 알선수재 혐의 재판에서 촉발됐다. 윤 전 본부장이 2022년 대선을 앞두고 이현영 전 통일교 부회장과 나눈 통화 녹취가 공개됐는데, 여기서 윤 전 본부장이 ‘한반도 평화서밋’ 행사 축사와 관련해 “정진상 부실장이나 그 밑에 쪽은 화상대담이잖아” 등 언급을 한 내용이 담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