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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족한 공간에 불법 점유까지, 타운 '주차 전쟁'

Los Angeles

2025.12.09 21:13 2025.12.09 2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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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행사 등 방문자 몰려
식당·호텔 주변 주차장화
거주자도 공간 찾아 헤매
경찰은 주차 분쟁 무대응
각종 연말 모임이 본격화하면서 LA 한인타운 일대는 주차 공간 부족으로 주차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9일 오후 식당들이 몰려있는 한 상가 주차장에 몰린 차량들. 김상진 기자

각종 연말 모임이 본격화하면서 LA 한인타운 일대는 주차 공간 부족으로 주차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9일 오후 식당들이 몰려있는 한 상가 주차장에 몰린 차량들. 김상진 기자

연말 각종 모임이 잇따르면서 가뜩이나 심한 LA지역의 ‘주차 전쟁’이 더 심각해지고 있다.
 
주민들은 거리 주차 공간 확보를 위해 집 근처에 도로표지콘을 세우거나 쓰레기통을 내놓고, 식당이나 호텔 주변 거리는 저녁이면 ‘사설 발렛 구역’처럼 변하는 실정이다.
 
특히 한인타운과 다운타운 일대는 주차 관련 불만이 가장 많이 제기되는 지역이다.
 
한인타운에 거주하는 나지수(26) 씨는 “주차할 데가 없어 몇 바퀴씩 돌다 지치는 일이 다반사”라며 “특히 한인타운에서 약속을 하면 가급적 걸어서 갈 수 있는 장소였으면 좋겠다는 생각부터 든다”고 말했다.
 
김모 씨는 지난 6일 다운타운의 한 유명 호텔에서 열린 행사에 참석했다가 주차 문제로 어려움을 겪었다.
 
김씨는 “호텔의 발렛 주차비가 40달러나 돼 몇 블록 떨어진 곳에 거리 주차를 하려고 했다”며 “호텔 인근은 거리 주차가 가능한 지역인데도 발렛 업체들이 도로표지콘을 세워놓고 전용 주차 구역처럼 운영하며 제지하더라”고 말했다.
 
주차 문제는 곧바로 민원 증가로 이어진다. LA시 공공사업국 산하 거리 서비스부(BSS)에 따르면 지난 회계연도(2024~2025)에만 불법 주차 공간 점유 민원이 4000건 이상 접수됐다.  
 
연방 센서스에 따르면 한인타운은 2.9스퀘어마일 면적에 거주 인구는 11만2491명이나 된다. 인구 밀도가 스퀘어마일당 3만9091명으로 무척 높다. 상가와 주택이 밀집한 데 비해 주차 공간이 부족해 거리 주차 쟁탈전이 일상화돼 있다는 지적이다.
 
최근 약 11만 명이 참여하는 인스타그램 계정 ‘아메리카나 앳 브랜드 밈’이 진행한 온라인 투표에서도 한인타운은 ‘LA에서 가장 주차하기 어려운 동네’ 1위로 꼽히기도 했다.  
 
급기야 불법적으로 도로표지콘을 세워 놓고 주차 공간을 확보하려는 얌체족을 고발하는 영상들도 화제가 되고 있다. 틱톡에서 ‘콘 킹(Cone King)’이라는 이름으로 LA에서 활동 중인 한 인플루언서는 최근 공공도로에 불법으로 놓인 도로표지콘을 신고하는 고발 영상을 게재하며 주목을 받고 있다.
 
LA시 조례는 주차 공간 점유 행위를 금지한다. 정당한 허가 없이 콘·의자·쓰레기통 등으로 공공도로를 막는 행위는 불법이다.
 
문제는 중대 범죄로 인식되지 않아 단속 활동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BSS 측은 “위반 시 최소 50달러의 벌금이 가능하지만 경찰이 출동하는 경우는 드물다”고 전했다. LA경찰국(LAPD)도 “폭력 사건 등 범죄 상황이 아니라면 주차 분쟁에는 대응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LA의 주차난은 별채(ADU) 증가, 신축 개발 시설의 주차 공간 부족 등 복합적 이유와도 맞물린다.
 
애벌론 가든스 커뮤니티 협회 회장 존 데이비스는 “개발 업체들이 건물을 세울 때 충분한 주차 공간을 만들지 않고 별채(ADU)가 늘어난 점도 주차난을 키웠다”며 “일부 주민들은 쓰레기통을 밖으로 빼 주차 공간을 확보하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UCLA 교통정책센터 엘렌 슈워츠 매니저는 “길은 누구의 소유도 아닌 만큼 유료화나 강력한 단속이 불가피하다”고 분석했다.

강한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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