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이 10일 우원식 국회의장을 향해 "의제 외? 그럼 EBS법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에서 노래 부른 추미애 위원장부터 징계하라. 장난하나”라고 했다.
국민의힘은 전날 국회 본회의에서 민주당의 쟁점 법안 강행 처리에 맞서 필리버스터에 나섰다. 첫 주자는 나 의원이었다. 이날 우 의장은 '의제를 벗어난 발언', '의도적인 의사 진행 방해' 등의 이유로 수차례 나 의원의 마이크를 껐다. 나 의원은 곽규택 의원이 달아준 무선마이크를 착용하고 발언을 이어갔고, 우 의장은 나 의원에게 "회의장에서 유튜브용 개인 마이크를 착용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마이크를 켰으니 유감 표명을 하라”고 했다. 하지만 나 의원은 “의장의 오늘 진행 방식에 대해서도 유감을 표시한다”며 토론을 이어갔다. 결국 우 의장은 “국민 앞에서 국회의 모습을 보이는 게 너무 창피해 더는 회의를 진행할 수 없다”며 정회를 선포했다. 필리버스터 시작 1시간 50분 만의 파행이었다.
이와 관련 다음날 민주당은 "나경원·곽규택 의원을 국회 윤리특별위원회에 제소하겠다”고 밝혔다. 문금주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서면 브리핑을 통해 “전날(9일) 나 의원이 보여준 본회의장 필리버스터는 토론의 외피를 쓴 정치 쇼에 불과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에 나 의원은 페이스북에 "폭력가해자가 피해자를 2차·3차 추행·린치하는 것이 민주당 DNA인가?”라며 “필리버스터 입틀막한 민주당이 나를 윤리위에 제소한단다. 기가막힌다”라고 비판했다. 이어 “국회의장이 무제한 토론을 자의적으로 제한하고, 야당 의원의 입을 틀어막는다”며 “아무리 간절히 열변을 토해도, 마이크를 강제로 OFF해, TV 화면과 스피커에는 완전히 음소거됐다"고 했다.
나 의원은 "무제한 토론은 종결동의와 표결이라는 특별한 절차로만 끝낼 수 있다. 의장 마음대로, 엿장수 마음대로 끊을 수 있는 게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과거 필리버스터에 나섰던 추미애 의원이 노래 불렀던 사례 등을 소개했다. 추 의원은 지난해 7월 29일 한국교육방송공사법(EBS법) 개정안에 대한 필리버스터에 나서 갑자기 광고를 개사해 “12시에 만나요, 3300. 둘이서 만납시다, 8만 주. 살짝쿵 데이트, 도이치모녀스”으로 노래 불렀다. 의제와는 다른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 내용이었다. 또 최민희 의원은 지난 2016년 2월 25일 테러방지법 필리버스터에 나서 조지오웰 소설 ‘1984’를 낭독하기도 했다. 같은 날 강기정 의원은 ‘임을 위한 행진곡’ 노래를 불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