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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高물가 성난 민심 다독이며 ‘경제투어’ 시동…“내 경제점수 A+++++”

중앙일보

2025.12.09 2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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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펜실베이니아주 마운트 포코노에 있는 한 리조트에서 경제 관련 연설을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펜실베이니아에서 정부 경제 성과를 홍보하는 대중 연설을 열며 경제 여론전에 시동을 걸었다. 전국 단위 선거에서 최대 경합주인 펜실베이니아를 시작으로 자신의 경제 성과를 알리는 전국 순회에 들어간다는 구상이다. 내년 11월 중간선거를 약 11개월 남겨둔 시점에서 일찌감치 ‘경제 행보’에 돌입하며 지지층 결집을 시도하겠다는 계산으로 풀이된다.

이날 한 언론 인터뷰에서는 자신의 경제 점수에 대해 “A+++++”라고 자평하기도 했다. 그러나 생활 물가에 대한 미 국민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자화자찬식 경제 메시지가 효과를 낼지는 미지수라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펜실베이니아주 마운트 포코노에서 진행한 경제 현안 연설에서 “미국을 다시 구매 여력이 있는(affordable) 나라로 만드는 것이 나의 최우선 과제”라고 말했다. 그는 전임 조 바이든 행정부 시절과 자신의 재임 중 물가상승률을 비교한 도표를 제시하면서 바이든 정부 때는 각종 물가가 최고 49%까지 상승한 반면, 자신이 재임 중일 때는 큰 폭으로 하락했다고 말했다. 또 “휘발유 가격이 7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며 에너지 가격 인하가 감세와 같은 효과를 낸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1시간 30분여 연설 내내 높은 물가와 생활비 부담을 전임 민주당 정부 탓으로 돌리며 정권 교체 이후 미국 경제가 전례 없는 수준으로 살아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들(바이든 정부)은 여러분에게 역사상 가장 높은 물가, 인플레이션을 안겼지만 우리는 그 물가를 빠르게 낮추고 있다”며 “여러분은 이제 더 낮은 물가, 그리고 훨씬 더 높은 월급을 받게 된다. 이것이 우리의 메시지”라고 강조했다.



“생활비 부담, 민주당의 사기 프레임”

트럼프 대통령은 ‘생활비 부담’ 논란도 민주당이 만들어낸 사기 프레임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그들(민주당)은 항상 새로운 말을 만들어내고 사기를 만들어 낸다”며 “그들이 만들어낸 새로운 말은 ‘부담 여력’(affordability)”이라고 했다. 민주당은 지난 11월 뉴욕시장과 뉴저지주지사, 버지니아주지사를 뽑은 ‘미니 지방선거’ 국면에서 체감 물가가 치솟고 있다며 유권자들의 ‘부담 여력’을 고리로 트럼프 정부를 맹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미국 경제가 상상하지 못했던 수준으로 발전하고 있다며 핵심 요인으로 관세를 꼽았다. 그는 “제가 가장 좋아하는 단어 ‘관세’가 효과를 내고 있다. 우리에게 수천억 달러, 수조 달러를 가져다주고 있다”며 “관세 덕분에 외국 철강 회사들이 펜실베이니아로 몰려들고 있다”고 말했다. 전날 발표된 120억 달러 규모의 농가 지원 패키지도 관세 수입에서 일부 떼어준 것이라며 “관세가 그들을 부자로 만들고 있다”고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미 펜실베이니아주 마운트 포코노에 있는 한 리조트에서 경제 관련 연설을 하기 위해 연단에 오르며 지지자들을 손가락으로 가리키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한국 등과 무역협상…수조달러 벌어”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이날 오전 공개된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 인터뷰에서도 자신이 한국을 비롯해 중국·일본·인도네시아 등 국가들과 무역 협상을 벌여 수조 달러를 벌어들였다고 자랑했다. 자신의 경제 정책에 어떤 점수를 주겠느냐는 물음에는 “A+++++”라며 ‘플러스’를 다섯 번이나 언급했다.

하지만 여론조사에서 드러난 민심은 상당한 격차가 있다. 지난달 공개된 AP통신과 시카고대 여론조사센터(NORC)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 대응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응답자는 33%에 그쳤다. 폴리티코가 지난 4일 공개한 여론조사에서도 현재 경제 상황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에 책임이 있다고 답한 비율이 46%로, 바이든 전 대통령 책임이라고 답한 비율(29%)보다 크게 앞섰다.

미 소비자들의 체감 물가는 이미 위험수위를 넘나들며 트럼프 행정부 발등에 떨어진 불이 됐다. 지속적으로 높은 물가와 취약한 고용시장 탓에 최상위 소득계층과 최하위 소득계층 간 격차가 더욱 벌어져 이른바 ‘K자형 그래프’를 그리면서 내년 정부 여당의 중간선거 전망을 위협하고 있다는 보도가 최근 파이낸셜타임스(FT)에서 나왔다.

관세 정책의 여파로 내년 상반기에 소비재 가격이 더욱 가파르게 오를 거란 전망도 있다. 트럼프 정부의 관세 정책이 본격화하기 전 각 기업들이 미리 확보해둔 재고가 소진되고 나면 가격 인상에 들어가고 이 부담이 결국 소비자에게 갈 수밖에 없다는 예상이다.



트럼프 경제투어 전략에 ‘회의적’ 반응

그럼에도 백악관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펜실베이니아 방문은 앞으로 이어질 ‘경제 투어’의 시작”이라며 사실상 내년 중간선거를 겨냥한 대중 유세를 본격화하겠다고 예고했다. 수지 와일스 백악관 비서실장은 보수단체의 온라인 토크쇼 ‘더 맘 뷰’에 나와 “과거 대부분의 행정부는 중간선거 때 대통령을 배제하려 했지만 우리는 그 전략을 뒤집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경제 메시지를 내며 전면에 나서는 전략이 통할 지에 대해서는 의구심 어린 반응이 나온다. AP통신은 “많은 미국인들은 주택·식료품·교육·전기 등 기본 생계비 상승이 소득을 갉아먹고 있다고 느낀다”며 “현재까지 사람들은 트럼프의 경제 성과에 회의적이다”고 짚었다.



김형구([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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