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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집고쳐 세입자 모시기 통했다…‘철거 능사’ 벗은 빈집 대책 다변화

중앙일보

2025.12.09 2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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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우에 무너진 빈집에서 소방대원이 안전조치를 하고 있다. 사진 뉴스1
철거 중심으로 추진되던 지방자치단체의 빈집 정책이 ‘활용 중심’으로 전환되고 있다. 주택을 고쳐 세입자를 들이는 부산 기초지자체 ‘빈집뱅크’ 사업이 실질적 성과를 내면서, 다른 지역에서도 지역 여건에 맞는 빈집 활용안을 찾는 시도가 확산한다.



‘헌집고쳐줄게 전입해다오’ 시책 호응

10일 부산 중구에 따르면 중구가 올해 1월부터 운영한 ‘빈집뱅크’를 통해 34건의 임대차 계약이 이뤄졌다. 1년 넘게 사람이 살지 않으면 행정상 빈집으로 분류되는데, 과거 시청ㆍ법원 등이 있던 부산 원도심 중구엔 빈집이 600여채 있으면 이 가운데 50~60년 된 곳도 많다.

빈집뱅크는 ‘빈집과 소규모주택 정비에 관한 특례법’상 1ㆍ2등급으로 상태 좋은 빈집을 ‘매물’로 등록하고, 세입자가 입주ㆍ전입할 땐 집수리 비용(최대 500만원)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대중교통 접근성이 좋고, 번화가와 대학병원 등 기반 시설이 가까운 지역이어서 수요가 있을 것으로 봤다. 2년 기준 전세가 2000만원, 보증금 300만~500만원에 월세 20만원으로 부산 평균 대비 30~80%가량 저렴한 것으로 평가된다.
지어진 지 49년 된 부산 중구 영주동 아파트 내부가 '빈집뱅크' 사업을 통해 정비돼 세입자를 찾았다. 사진 부산 중구

안내 및 계약 과정을 돕는 협력 공인중개사들에겐 중구가 활동비를 지원한다. 빈집 문제 해결과 주거환경 개선 실효성을 낸 ‘지역 균형발전 우수사례’로 최근 대통령 직속 지방시대위원회 최우수 기관상을 받았다.



신혼부부 겨냥 단장, 공동시설 전환도

비슷한 시도가 충남에서도 이어졌다. 청양군은 ‘만원 임대주택 공급 사업’을 시행해, 빈집을 정비 후 청년ㆍ신혼부부ㆍ귀농인에게 월 1만 원에 재임대하는 모델을 도입했다. 홍성군도 홍성읍ㆍ결성면 등 4곳에서 빈집 리모델링을 마치고 지난 9일부터 입주자 모집을 시작했다. 이들 사업은 실수요자에게 안정적인 주거를 제공함과 동시에, 지역 소멸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취지로 추진되고 있다.

빈집이 534채로 울산에서 가장 많은 울주군은 향후 5년간 빈집을 경로당과 공동식당, 공유주방, 건강관리실, 공공 임대주택 등으로 전환하는 사업에 착수했다. 빈집 활용 방안을 찾기 위해 민간 플랫폼 기업과 협력하고, 빈집 정보를 관리를 위한 ‘울주형안심빈집은행’을 구축한다. 마을호텔ㆍ게스트하우스(전남 순천), 마을미술관(세종)이나 외국인 근로자 임대주택(전북도)으로 빈집 활용 방안을 구상하는 지자체도 있다.

전남 순천시가 도시재생 뉴딜사업으로 한옥형 폐공가와 부지를 사들여 설계 공사를 거쳐 마을호텔, 청년 임대주택, 공유 공간, 마을 정원 등을 조성했다. 사진 연합뉴스


국토부 빈집정비 사업 신설, 탄력 줄 듯

국토교통부가 지난 10월 발표한 ‘빈 건축물 정비 활성화 방안’엔 이런 지자체 시도를 지원할 수 있는 내용이 담겼다. 철거는 물론 빈집을 개ㆍ보수하거나 매입해 공공시설 공급을 유도하기 위해 최대 4년간 50억원 한도에서 국비를 지원하는 ‘빈집정비형’ 지원 사업이 신설된다.

또 전국 약 13만4000채의 빈집을 대상으로 기존 5년 주기 실태조사에 더해 1년 단위 현황조사를 새로 도입한다. 빈집 정보를 통합 관리하는 온라인 플랫폼 ‘빈집愛(애)’를 통해 빈집의 위치ㆍ상태ㆍ활용 가능 정보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개편된다.

국토부 관계자는 “빈집을 포함한 빈 건축물을 잠재적 자원으로 관리하고, 유형ㆍ입지 등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정비를 위해 제도를 보완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민주.신진호([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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