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가족을 둘러싼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 의혹’ 중간 조사 결과 발표를 두고 10일 국민의힘에 전운이 감돌고 있다. 친한계는 들끓고 있는 반면 장동혁 대표 주변에선 철저한 조사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친한계 의원들은 전날 당무감사위원회의 당원 게시판 의혹 중간 조사 결과 발표에 대응하기 위한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한 초선 의원은 “정당법, 개인정보보호법 위반과 더불어 당헌·당규 위배 여부까지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초선 의원은 “장 대표가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 해임까지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위원장은 전날 중간 결과를 발표하며 한 전 대표 가족과 이름이 같은 당원들의 실명, 지역구, 탈당 날짜 등을 공개해 논란에 휩싸였다. 시민단체 ‘행동하는 동료시민’은 이날 서울 영등포경찰서에 개인정보보호법, 정당법 위반 혐의로 이호선 위원장에 대한 고발장을 제출했다.
친한계가 강경 대응을 검토하는 이유는 중간 조사 결과 발표에 한 전 대표를 공격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한 재선 의원은 “우리는 장 대표 당선 이후 내부 갈등으로 보일까 봐 공개 비판을 자제해왔다”며 “이번엔 가만히 있을 수 없지 않겠느냐”고 했다.
반면 장 대표와 가까운 인사들은 중간 조사 결과 발표를 감싸고 있다. 신동욱 최고위원은 이날 채널A 유튜브 ‘정치 시그널’에 출연해 “장 대표에게 (12·3) 비상계엄에 대한 입장 표명을 요구한다면, 한 전 대표는 왜 그것(당원 게시판 의혹)을 자꾸 묻어야 한다고 얘기하느냐”고 했다. 장예찬 전 최고위원도 페이스북 글에서 “한 전 대표 아내가 명의를 도용해 악플이나 남기며 여론 조작하는 천박한 짓을 했다면 사과하고 반성하는 게 당연한 수순”이라고 주장했다.
공개 당사자인 이 위원장은 자신의 블로그에 “개인정보 보호는 공익적 필요가 우월하게 드러나는 상황에서 제한될 수 있다”며 ‘위법 논란’을 반박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과 한 전 대표 모두에게 비판적인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페이스북에 “당원 게시판 사건은 익명성에 숨은 비열함에 있다”며 “온 가족을 동원해 익명성이 보장된다고 비열한 작태를 숨어서 저지른 것은 정치인으로서는 해서는 안 될 조폭과 같은 양아치 행태이고, 그런 자는 정치권에서 영원히 퇴출돼야 한다”고 썼다.
한동안 잠잠했던 계파 갈등이 커질 기미를 보이자 계파색이 옅은 의원들은 걱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에 비해 의석수가 압도적으로 밀리고 있는 데다 내년 6·3 지방선거까지 앞둔 상황에서 분란만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김대식 의원은 페이스북에 “국민의힘이 집중해야 할 것은 내부 갈등이 아니라 정부·여당의 독주를 견제하는 책무”라는 글을 올렸다. 초선 의원들은 당원 게시판 의혹 등에 대한 입장을 정리해 16일 장 대표에게 전달할 계획이다.
당 안팎에서는 당원 게시판 의혹 조사는 늦어도 내년 초에는 마무리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이 위원장은 전날 중앙일보 통화에서 “게시글 작성자들의 아이피(IP)가 동일한지, 한 전 대표 가족인지 등을 확인해야 한다”며 “(종결까지) 얼마 걸리지 않을 것 같다”고 했다. 이 위원장은 한 전 대표의 가족과 이름이 같은 당원들이 지난해 12월 16일 한 전 대표의 대표직 사퇴 직후 탈당했으며, 휴대전화 번호 뒷 네 자리가 동일한 사실을 확인했다는 취지의 결과를 발표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윤 전 대통령 부부를 비판하는 게시글 작성자가 한 전 대표일 가능성이 높다는 암시를 준 것”이라고 평가했다.
당무감사위가 한 전 대표에게 불리한 결과를 발표하고 윤리위원회에서 중징계가 결정되면 내홍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영남 지역 초선 의원은 “한 전 대표를 향한 공격도, 장 대표를 자극하는 발언도 자중했으면 좋겠다”며 “내부 결속이 와해되면 지방선거를 망치는 스노우볼이 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