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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영어' 쇼크에 교육과정평가원장 사임, 영어 절대평가는 유지할 듯

중앙일보

2025.12.09 2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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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3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교육부 브리핑실에서 오승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이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운영 상황 설명에 앞서 인사하고 있다. 뉴스1

10일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출제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평가원)의 오승걸 원장이 수능 영어영역의 난이도 조절에 실패한 책임을 지고 사임했다. 교육계에선 사실상 문책성 인사라는 관측과 함께 '영어 절대평가'의 존속 여부를 놓고 찬반 논쟁도 이어지고 있다.

오승걸 원장은 이날 평가원을 통해 “영어 영역의 출제가 절대평가 취지에 부합하지 못해 수험생과 학부모에게 심려를 끼치고 입시에 혼란을 야기한 점에 대하여 무거운 책임을 통감한다”며 사임 의사를 밝혔다. 아울러 평가원 측은 “이번 수능을 계기로 출제 전 과정에 대한 검토와 개선안을 마련하고 향후 수능 문제가 안정적으로 출제돼 공교육 정상화에 기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취임 2년 4개월 만에 낙마한 오 원장은 총 12명에 이르는 역대 평가원장 중 임기를 마치지 못하고 사임한 9번째 원장이다. 전임자인 이규민 전 원장은 2023년 6월 모의평가의 '킬러문항'(초고난도 문항) 출제 논란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 중도 사퇴한 다른 전임자들은 대부분 복수 정답 등 출제 오류가 문제가 됐다.
지난 4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교육부 브리핑실에서 오승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가장 왼쪽)이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채점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뉴스1
지난달 13일 치러진 2026학년도 수능에서 영어 영역 1등급 비율은 3.11%로, 절대평가가 도입된 2018학년도 이후 최저치를 기록하며 ‘불(火)영어’ ‘용암 영어’라는 비판이 나왔다. 4% 내에 들면 1등급을 받는 상대평가 과목과 비교해도 비율이 낮았다. 예상보다 어려운 영어로 수시 최저 기준을 맞추지 못하는 수험생이 속출해 학생·학부모들의 항의가 빗발쳤다.

놀란 교육부는 수능 출제·검토 전 과정을 조사하고 결과에 따라 엄정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대통령실도 8일 강훈식 비서실장이 직접 나서 “수능 영어 난이도 조절 실패로 수험생과 학부모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며 평가원과 교육부를 사실상 질타했다. 9일엔 전국교직원노동조합·교사노동조합연맹 등 103개 단체가 공동 성명을 통해 “평가원장 사퇴”를 요구했다.

결국 평가원장은 사임했지만, 영어 절대평가의 유지를 놓고 논란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수능 성적 통지일인 지난 5일 한국영어영문학회 등 36개 학회가 모인 ‘한국영어관련학술단체협의회’는 “영어의 절대평가 방식을 폐기해야 한다”는 성명을 냈다. 실제로 평가원 홈페이지 등엔 “차라리 상대평가를 하는 게 낫다”는 의견도 올라오고 있다.

하지만 주무부처인 교육부는 상대평가로의 복귀엔 선을 긋고 있다. 고교 단계의 학습 부담 완화와 사교육 억제에 '영어 절대평가'가 일정 수준 기여하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지난 9일 최교진 교육부 장관은 국회 교육위원회에서 “난이도 조절에 실패한 것은 사실이지만 영어 평가 방식을 (절대평가에서 상대평가로) 전환하는 것에는 어려움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민상([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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