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과학탐구 점수가 잘 나오는 아이였는데 입시 결과가 전략에 따라 좌우되다 보니 뒤늦게 사회탐구로 옮기게 됐어요”
9일 오후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서 열린 모 입시업체 대입 정시 설명회에 참석한 이과생 학부모 A씨의 이야기다. A씨는 “결국 대학에서 이공계나 자연계열 분야 공부를 하게 될텐데 사탐 점수를 높게 받아야 하는 상황에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성북구에서 온 또다른 학부모 B씨 역시 “입시가 성적보단 눈치 경쟁으로 느껴진다”며 “수능도 어려웠던 데다 대학 모집요강까지 변화가 많아 여러 입시업체에 컨설팅을 받아야 할 것 같아 발품을 팔고 있다. 그러나 모두가 컨설팅에 의존하면 비슷한 대학·학과로 인원이 몰릴 것 같아 그마저도 고민”이라고 말했다.
이날 설명회 장소는 약 200명 규모 강당에서 진행됐지만 약 470명의 학부모와 수험생이 몰렸다. 시작 30분 전에는 입시 자료를 받으려는 인원이 줄을 섰고 50여명은 결국 입장하지 못해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그나마 입장에 성공한 인원들도 빈 좌석이 없어 통행로 바닥에 착석해야 했다. 실내에 가득 찬 인파로 인해 12월이었지만 연신 부채질을 해야 하는 열기가 느껴졌다. 공식 설명회가 끝난 후에도 개별 질문을 하려는 사람들로 인해 설명회장은 밤 10시가 다 돼서야 문을 닫을 수 있었다.
이날 수험생·학부모의 성토에도 올해 입시 전략 최대 화두로 꼽혔던 ‘사탐런’은 상당수 응시자에게 적지 않은 효과가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10일 진학사가 2년 연속 수능에 응시한 수험생 2만1291명의 탐구 응시 영역 변화와 성적 변화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과탐 2과목을 선택했다가 올해 사탐 2과목으로 바꾼 학생들은 탐구 백분위가 평균 21.68점 상승했다. 이는 과탐 2과목을 유지한 학생들의 백분위 상승 폭(5.55점)의 3.9배에 달했다. 이들의 국어·수학·탐구 평균 백분위는 11.18점 올랐다.
과탐 2과목에서 1과목만 사탐으로 옮겨도 백분위가 상승했다. 과탐 2과목에서 사탐·과탐 각 1과목으로 전환한 경우 탐구 백분위 13.4점, 국·수·탐은 8.83점 올랐다. 지난해 사탐·과탐에서 사탐 2과목으로 옮긴 집단 역시 탐구 영역 백분위 16.26점이 올랐다.
우연철 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장은 “사탐런을 한 이과생의 경우 자연·인문계열 모집단위 모두에서 경쟁력이 향상된 상황”이라며 “인문계열 모집 경쟁이 치열해지고 일부는 이에 따라 자연계 모집단위로 눈을 돌릴 가능성도 있다. 올해 정시에선 보다 정교한 합격선 예측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입시설명회 현장에선 다양한 방식의 입시전략이 제시됐다. “올해 다수의 대학·학과가 모집군을 변경하면서 지난해 합격선 신뢰도가 크게 떨어졌다. 모집군이 바뀐 대학·학과는 상향 지원 카드가 될 수 있다” 등의 분석이다. 수험생에 따라 과탐에 3% 이상 가산점 부여하는지, ‘불영어’로 불렸던 영어영역 환산점수 영향력이 큰지 작은지 등을 가늠해봐야 한다는 조언도 이어졌다.
박성철 유웨이 글로컬진로진학센터 대치센터장은 “올해 수능은 ‘돼지띠(2007년생) 학년의 응시 인원 전년 대비 3만명 이상 많았고, 영어와 국어 난이도가 높아 시간 배분이 어려웠으며 사탐런으로 인해 탐구 준비 기간까지 부족했다”며 “대학별로 점수 환산 방식까지 복잡하다 보니 학부모들의 위기감이 과열된 양상이다. 이런 구조가 지속하면 학생과 학부모들의 부담과 입시 결과의 왜곡이 점점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