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이 마무리되고 다음 달 28일 선고만을 앞둔 김건희 여사가 재판부에 최종 변호인 의견서를 제출했다. 건진법사 전성배씨를 통해 통일교로부터 청탁 목적의 금품을 받았다는 혐의(알선수재)에 대해선 “막연한 기대였을 뿐 구체적 청탁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무상 여론조사 제공 혐의(정치자금법 위반)와 관련해선 “명태균씨가 일방적으로 여론조사를 진행하고 접근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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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넬 대가로 유엔사무국 유치 비합리적”
10일 중앙일보 취재에 따르면 김 여사 측은 8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7부(부장 우인성)에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통일교 청탁‧명태균 여론조사 관련 혐의에 대한 의견서를 제출했다. 김건희 특검(특별검사 민중기)은 김 여사가 통일교 현안 청탁을 대가로 총 2000만원 상당의 샤넬백 2점과 6000만원대 그라프 목걸이 1점을 받았다고 기소했다. 알선수재는 직무와 관련한 청탁을 전제로 한다. 김 여사 측은 의견서에서 “샤넬백 등은 청탁의 대가가 아닌 우호적 관계를 위한 의례적인 선물에 불과하다”며 “청탁은 전달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김 여사 측은 사안의 중요도 및 경제적 가치와 제공된 금품 가치가 사회통념상 일반적인 수준인지 따져봐야 한다는 대법원 판례도 제시했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샤넬백과 그라프 목걸이를 주면서 유엔 제5사무국 한국 유치 등을 청탁한다는 건 대가관계를 고려할 때 합리적이지 않다는 취지다. 또 전씨가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고문료 명목으로 현금 수천만원을 받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김 여사를 청탁의 대상으로 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앞서 김 여사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전씨는 김 여사에게 통일교의 청탁을 부탁한 적이 없다는 취지로 증언하기도 했다. 전씨는 김 여사에게 “윤영호 본부장이 유엔 한국 유치 문제 의논하고 싶은가봐”라는 문자를 보냈는데 이 시점이 선물 제공 시기와 동떨어져 있다는 게 김 여사 측 주장이다. 김 여사 측은 그라프 목걸이는 받은 적 없다는 기존 입장도 의견서에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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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교 여·야 모두 접촉” 강조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가 당선을 위해 통일교와 밀착한 관계를 맺었다는 전제도 부인했다. 김 여사 측은 “통일교는 교단 차원에서 여당과 야당 모두 접촉할 수 있는 정치적 소통 통로 갖추고 있다”며 “특정 정당이나 후보에 대한 조직적‧일방적 지지로 단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윤 전 본부장의 아내가 정원주 총재 비서실장과 대화에서 “진보와 보수 모두 기반을 닦았다”며 문재인 정부의 비서실장과 장관, 이재명 정부의 장관급 인사를 언급하는 내용을 이유로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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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태균, 개인 영업 목적 여론조사”
명씨가 제공한 여론조사에 대해선 명씨가 일방적으로 여론조사를 진행한 뒤 먼저 접근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여론조사업체 미래한국연구소의 인지도 상승과 영업을 위한 목적으로 명씨가 여론조사를 먼저 진행했다는 것이다. 김 여사는 2021년 6월 26일부터 2022년 3월 8일까지 여론조사 결과를 무상으로 받은 혐의를 받는데 명씨가 관련 여론조사를 진행한 건 2021년 4월 18일부터로 그 이전이다.
미래한국연구소가 대선 여론조사를 발표하면서 지방선거 입후보예정자들이 여론조사를 의뢰했고, 이익을 거둘 수 있었다고 봤다. 김 여사 측은 “명씨와 여론조사 용역 계약을 체결한 사실이 없고, 명씨가 영업활동의 일환으로 일방적으로 실시한 점을 고려할 때 정치자금법에서 금지하는 기부가 아니다”고 했다. 앞서 특검팀은 김 여사에게 징역 15년과 벌금 20억원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