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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훈부, 故박진경 유공자 인정 사과…유족 “보훈부 왜 존재하냐”

중앙일보

2025.12.10 0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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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훈부는 지난달 4일 박 대령 유족에게 국가유공자 증서를 전달했다. 사진 박 대령 유족
국가보훈부가 제주 4·3사건 진압 작전을 이끈 고(故) 박진경 대령에게 국가 유공자 증서를 발급한 것과 관련해 10일 “신중한 검토가 이뤄지지 못한 점에 대해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중앙일보 12월 10일자 18면 보도〉유공자 증서를 발급한 지 한 달여 만에 해당 조치가 잘못됐다고 번복한 셈이다. 박 대령의 유족은 “정당한 처분을 사과한다면 보훈부는 왜 존재하는지 모르겠다”며 반발했다.

보훈부는 이날 오후 입장문을 통해 “지난달 4일에 이뤄진 증서 발급은 유족의 신청에 대해 국가유공자법 제4조 및 6조에 근거한 행정 처분이었다”며 “비록 법 절차에 의해 처분은 했으나 제주4·3과 관련한 논란이 있는 사안에 대해서 신중한 검토가 이루어지지 못한 점에 대해 제주4·3 희생자와 유가족 그리고 제주도민 여러분께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또 보훈부는 “앞으로 유사한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관계기관과의 협의를 거쳐 조속히 대응방안을 마련하도록 하겠다”면서 “다시 한번, 제주4·3 희생자와 유가족, 그리고 제주도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유족들은 반발했다. 박홍균 고 박진경 대령유족회 사무총장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보훈부에서 법적 절차에 따라 정당하게 처분한 내용을 지역의 정치적 이슈로 인해 사과한다면 보훈부는 왜 존재하는지 묻고 싶다”며 “애초부터 국가보훈대상자에 대한 관리를 정치적 이념으로 구분해 관리하는 건 부당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 사무총장은 “보훈부는 박 대령의 추도비를 관리해 더는 유족에게 상처를 주지 않길 바란다”라고도 했다. 박 대령의 양손자인 박철균 동국대 교수(육군 예비역 준장)도 통화에서 “적법절차를 따라 한 것이라면 보훈부가 사과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다”라고 말했다.

박 대령은 1948년 5월 제주에서 진압 작전을 이끌다 암살된 뒤 전몰군경(戰歿軍警)으로 인정받아 현충원에 안장됐다. 박 대령 유족은 지난 10월 20일 무공훈장 수훈 등을 근거로 보훈부에 박 대령을 국가유공자로 등록해달라고 신청했다. 최근 박 대령에 대한 엇갈린 평가가 확산하는 과정에서 제주에 세워진 박 대령 추도비를 훼손하려는 시도가 이뤄지자 대처에 나선 것이다. 박 대령이 국가유공자라는 사실이 명확해지면 추도비가 현충 시설로 지정될 가능성이 생기는 점을 고려했다고 한다.

같은 날 보훈부는 “故 박진경 님을 국가유공자법 제4조 제1항 7호(무공수훈자) 적용 대상자로 결정했다”고 박 대령 유족에게 통보했다. 이어 지난달 4일 이재명 대통령 명의의 국가 유공자 증서를 박 대령 유족 측에 전달했다. 증서에는 “대한민국의 오늘은 국가유공자의 공헌과 희생 위에 이룩된 것이므로 이를 애국정신의 귀감으로 삼아 항구적으로 기리기 위하여 이 증서를 드린다”고 적혔다.



심석용([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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