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결혼 기반 영주권을 신청한 한국인 이민자가 인터뷰 직후 체포돼 40일 넘게 구금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현지 교민 사회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불법 이민 단속이 강화되는 가운데 억울한 구금 사례라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결혼 기반 영주권을 신청한 한국인 이민자가 인터뷰 직후 체포돼 40일 넘게 구금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현지 교민 사회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불법 이민 단속이 강화되는 가운데 억울한 구금 사례라는 지적도 나온다.
LA 지역 방송 KTLA5는 8일(현지시간) 한국계 이민자 황태하(38)씨가 지난 10월 29일 LA 다운타운 이민서비스국(USCIS)에서 영주권(그린카드) 인터뷰를 마친 직후 이민세관단속국(ICE)에 체포돼 현재 아델란토 ICE 구금센터에 수감돼 있다고 보도했다.
황씨는 한국에서 태어나 생후 3개월에 미국으로 건너왔으며, 지난 2월 미국 시민권자 아내 셀레나 디아즈와 결혼했다. 부부는 “정상적으로 영주권 심사가 진행될 것”이라 기대했지만, 인터뷰 도중 황씨가 적절한 체류 신분 없이 미국에 머물러온 사실이 확인되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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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시간 바닥에서 잤다…남편이 개처럼 갇혀 있다”
디아즈는 매체에 “남편이 40일 넘게 개처럼 갇혀 있다”며 “체포된 뒤 처음 몇 시간 동안은 연락조차 닿지 않았고, 남편이 담요도 없이 바닥에서 자며 유치장에서 30시간 넘게 지냈다고 들었다”고 호소했다.
황씨가 수감된 아델란토 구금센터는 2층 침대 70개가 놓인 방에 140명이 함께 생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디아즈는 “환기 시설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고 샤워실에서는 배설물 냄새가 난다”고 주장했다.
황씨가 구금된 원인은 지난해 5월 발부된 ‘불출석 추방명령’이었다. 당시 황씨는 첫 결혼을 통해 조건부 영주권을 얻었으나 2021년 이혼해 재심사가 필요했다. 그러나 이사 과정에서 주소 변경 신고를 누락해 법원 출두 통지를 받지 못했고, 불출석으로 간주돼추방명령이 내려졌다.
국토안보부( DHS)는 “황씨는 F-1 학생비자 만료 후 불법 체류했고, 법원 출석 명령에도 응하지 않아 이미 최종 추방 명령을 받은 상태였다”고 설명했다.
황씨가 인터뷰 도중 체포된 과정도 논란이 되고 있다. 디아즈는 “부부 공동 면담 뒤 남편이 단독 면담을 받았고, 면담이 끝나자 ICE 요원들이 들어와 그 자리에서 바로 수갑을 채웠다”며 “USCIS 직원들은 어떤 설명도 하지 않은 채 퇴근해 버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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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방명령 재심 열리며 보석 가능성…영사 조력도 시작
상황은 지난달 27일 전환점을 맞았다. 이민법원이 황씨 측이 제출한 ‘추방명령 재심(Motion to Reopen)’ 신청을 받아들인 것이다. 새 심리는 내년 3월 27일 열리며, 황씨의 보석 심리도 가능해졌다.
최근 캘리포니아 연방 법원이 전과 없는 구금 이민자의 보석 청구권을 인정하는 판결을 내린 만큼, 황씨가 석방될 가능성도 열려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LA 총영사관도 지원에 나섰다. LA 경찰영사는 “황씨가 영사 조력을 요청해 1차 지원을 마쳤다”며 “필요한 사항을 확인하며 계속 지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부부의 사연은 기부금 모금 사이트 ‘고펀드미(GoFundMe)’에도 소개돼 이날 기준 1만1000달러(약 1600만원)가 모였다. 모금액은 황씨의 보석금과 변호사 비용으로 사용될 예정이다.
디아즈는 “남편이 연말 전에 돌아오길 바란다”며 “미국의 아름다움은 누구나 미국인이 될 수 있다는 데 있다. 이민자를 이렇게 대하는 건 옳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