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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요리 문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지정(종합)

연합뉴스

2025.12.10 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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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관광 활성화 기대 커져…고가 유행음식으로 변질 우려도
이탈리아 요리 문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지정(종합)
업계 관광 활성화 기대 커져…고가 유행음식으로 변질 우려도

(로마=연합뉴스) 민경락 특파원 = 파스타, 피자로 대중에 알려진 이탈리아 요리가 인류가 보호해야 할 유네스코(UNESCO) 세계무형문화유산으로 인정받게 됐다.
정부와 업계는 이번 발표로 관광업이 활기를 띨 것이라며 기대했지만 일각에서는 이탈리아 전통 음식이 상업적으로 고급·획일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10일(현지시간) AFP·AP 등 외신에 따르면 유네스코는 이날 인도 뉴델리에서 20차 무형문화유산 회의를 열고 이탈리아 음식 문화를 무형문화유산에 등재하기로 결정했다.
이날 회의에는 185개국 대표가 참석했지만 신규 등재 후보에 대한 투표권은 프랑스·독일·중국 등 24개국에만 부여됐다.
이탈리아 정부는 올해 3월부터 이탈리아 요리의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추진해왔다. 이탈리아 농림·문화부는 이탈리아 요리의 문화적 가치를 강조하며 '가족과 공동체를 결속하는 하나의 사회적 의식'으로 요리 문화를 정의했다.
그러면서 "하나의 이탈리아 요리는 존재하지 않는다"라며 "이탈리아 요리는 지역 다양성으로 이뤄진 모자이크"라고 설명했다.
조르자 멜로니 총리도 "이탈리아 음식은 '문화·정체성·전통·힘'의 상징"이라며 등재 노력에 힘을 보탰다.
이탈리아 정부는 문화유산 등재 추진 과정에서 간소한 이탈리아 요리가 계절성과 신선한 농산물, 쓰레기 절감을 중시하는 의미가 있다는 점을 유네스코 측에 부각했다.
이탈리아 언론들은 단일 요리가 아닌 한 국가의 음식 문화가 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보도했다.
하지만 2010년 프랑스의 전통 미식(美食)이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됐다는 점에서 처음은 아니라는 시각도 있다.
유네스코는 한 공동체나 집단이 환경·역사·자연 등의 상호작용으로 스스로 만들어온 지식·기술이나 문화·예술을 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해 보호한다.
글로벌 회계·컨설팅그룹 딜로이트에 따르면 이탈리아 외식 시장 규모는 작년 기준 2천510억 유로(약 429조원)로 전 세계 외식 시장의 19%를 차지한다.
이탈리아 내부에서는 이번 유네스코 결정이 이탈리아 관광에 호재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업계 단체들은 앞으로 2년간 이탈리아 숙박객이 1천800만명 이상 늘어나는 등 관광 수요가 최대 8%까지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로마 사피엔차 대학이 전날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나폴리 피자 장인 기술이 무형문화유산에 등록된 뒤 해외 전문 교육 과정이 283%, 관련 공인 학교가 420% 폭증했다.

정부 당국과 업계는 반색하고 있지만 오히려 이탈리아 전통문화에는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이탈리아 전통 음식에 대한 국민의 남다른 자부심에 비춰보면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반응이다.
식품 역사학자 알베르토 그란디는 로이터에 "볼로냐에는 격자무늬 식탁보와 짚으로 만든 의자가 어디든 넘쳐나는데 이는 관광객을 위한 일종의 만들어진 전통"이라며 음식 젠트리피케이션을 우려했다.
식당들이 관광객의 기대에 맞는 음식을 주로 판매하면서 전통적으로 저렴하고 뿌리 깊은 전통 음식이 유행을 타는 고가 음식으로 변질될 수 있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유네스코에 단독으로 등재된 이탈리아 문화유산은 송로버섯 채집(2021년), 시칠리아 인형극·사르데냐의 목가(牧歌)(2008), 지중해식 식문화(2010), 크레모나의 전통 바이올린 공예(2012), 거대한 구조물을 어깨에 메고 행진하는 가톨릭 기념 축제(2013), 나폴리 피자 요리 기술(2017) 등이 있다.
이날 이집트의 전통 요리 코샤리도 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됐다. 이집트 서민이 많이 먹는 코샤리는 쌀, 병아리콩, 양파에 토마스 소스를 섞은 전통음식이다. 힌두교 전통 축제 디왈리, 아이슬란드의 수영장 문화 등도 신규 등재 목록에 포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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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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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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