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는 전기가 전깃줄 밖으로 새어 나와 화재가 발생하는 사고가 빈번했다. 그러나 누전차단기 설치가 법제화돼 전국적으로 보급된 이후 그 같은 사고가 줄어들어 “전기가 누전돼 시장 일대가 전소됐다” “화재 사고의 원인이 전기 누전으로 밝혀졌다” 등과 같은 기사가 보도되는 일이 감소했다.
위 예문은 매우 자연스러워 보이지만 어울리지 않는 표현이 들어가 있다. ‘전기가 누전되다’는 매우 많은 이가 아무 의심 없이 종종 사용하는 표현이다. 그러나 ‘누전(漏電)’은 ‘샐 누(漏)’ 자와 전기를 나타내는 ‘번개 전(電)’ 자가 만나 이루어진 단어다. ‘누전’이라는 단어에 이미 ‘전기(電)’라는 의미가 들어 있으므로, 불필요한 중복 표현을 쓴 셈이 된다.
그렇다면 어떻게 바꿔 써야 할까. ‘전기가 새다’ 또는 그냥 ‘누전되다’만 써도 충분하다.
우리말은 한자로 이루어진 단어가 많기 때문에 한자 하나하나가 지니는 의미를 주의 깊게 살피지 않으면 이처럼 불필요하게 중의적인 표현을 쓰기 쉽다. ‘전기가 누전되다’ 외에도 ‘돈을 송금(送金)하다’를 예로 들 수 있다.
‘송금’은 ‘보낼 송(送)’ 자와 돈을 나타내는 ‘금 금(金)’ 자가 만나 이뤄진 낱말이다. ‘송금’에 이미 ‘돈(金)’의 의미가 들어가 있으므로 ‘송금했다’만 쓰거나 ‘돈을 보내다’라고 하면 된다.
이 외에도 비슷하게 잘못 쓰는 표현으로 ‘작품을 출품하다’를 들 수 있다. ‘출품(出品)’의 ‘품(品)’이 작품을 의미하므로, 이 역시 ‘작품을 내다’ 또는 그냥 ‘출품하다’라고만 쓰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