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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길영의 빅 데이터, 세상을 읽다] 달리다, 홀로, 그리고 함께

중앙일보

2025.12.10 07:22 2025.12.10 1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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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길영 Mind Miner
『시대예보』의 세 번째 권이 나온 후 90일간 쉼 없이 전국을 누볐습니다. 출간일 기자분들을 모시고 발표하는 간담회로 시작한 일정은 유튜브 촬영과 방송 출연, 북 콘서트와 강연, 콘퍼런스 참가와 신문 인터뷰에 이르기까지 숨 돌릴 틈 없이 빽빽하게 채워졌습니다.

책을 쓴 이의 책무 중 하나는 독자들을 만나고 책을 알리는 일입니다. 매년 9월에 발간하고 그해 연말까지 활동하는 패턴으로 벌써 3년을 보내고 있습니다. 이제 익숙해질 만도 하건만 매번 새로운 경험을 하는 것 같으니 인간이 망각의 동물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올해는 앞의 두 해와 사뭇 다른 것을 느낍니다. 곰곰이 돌아보니 세상 변화의 속도가 매우 빨라지고 있음을 알 수 있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세상의 빠른 변화 속도에 맞춰
영민한 개인들 발 빠르게 대응
함께 달리는 사람들 있어 위안

김지윤 기자
무엇보다 가장 큰 변화는 각자가 ‘다른 것’을 보는 세상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신문 지면을 통해서나 텔레비전 프로그램으로 무언가 알리면 많은 분이 같은 것을 보던 시대는 어느덧 추억 속으로 사라진 지 오래입니다. 최근 지상파 방송국에서 방영한 드라마 시청률이 0%대에 머물러 충격이라 표현하는 기사가 올라오고, 이제 전통 미디어에서 만든 콘텐트를 함께 보는 이들이 급감했음을 모두가 체감하고 있습니다. 더 이상 뉴미디어라 부르기도 어려운 유튜브 플랫폼에서도 100만 구독자를 보유한 채널들마저 새로 올리는 콘텐트의 조회수가 확연히 줄고 있습니다. 어쩌면 당연하게 예상 가능한 일입니다. 이미 6500만개 이상의 채널이 있음에도 계속 새로운 크리에이터가 유입되지만 시청자는 획기적으로 늘지 않는 닫힌 생태계에서, 콘텐트 당 조회수는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극장에서만 볼 수 있었던 웰메이드 영화들까지도 OTT로 무한 전송되자, 직장인이 퇴근하고 갖게 되는 고작 몇 시간의 시청시간을 노리는 이들은 더욱 힘들어집니다. 이런 환경 변화는 신간을 알리기 위해 출연하는 유튜브 채널의 효과 또한 제한적일 수밖에 없음을 유추하게 합니다.

두 번째 두드러진 변화는 독자분들이 새로운 개념에 반응하는 속도가 점점 빨라진다는 것입니다. 첫해에는 ‘핵개인’이라는 낯선 단어에 놀라시고, 둘째 해에는 ‘호명사회’라는 조금은 어려운 표현에 귀를 기울여주신 것에 비해, 올해의 ‘경량문명’은 바로 이해하시는 독자분들이 훨씬 많았습니다. 심지어 각자가 본인 삶에 실천을 해보고 적응의 속도를 높이는 것까지 관찰할 수 있었습니다. 각성한 핵개인들이 사회 속 서로의 이름을 호명하는 연대 방식은 좀 더 익숙하고 비교적 어렵지 않은 것이었습니다. 그에 비해 ‘경량문명’과 같은, 생산과 협업 방식의 전면적 혁신은 한 개인이 그 변화를 쉽게 시도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혁신으로 내몰리는 변화의 압력은 모두에게 공평하게 부과되기에, 어려운 큰 변화를 감내해야만 하는 각자들은 놀라운 삶의 영민함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수많은 분이 AI와 함께 자신의 삶에 그 경량문명을 접목하고 있었습니다. 10대에서 80대에 이르는 다양한 독자들이 초롱초롱한 눈으로 삶의 방향과 적응의 속도에 대해 궁금해하는 모습을 현장에서 바라봅니다. 범용화된 지능과 가벼워지고 빨라진 협력, 이를 통해 생존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개체들의 무한한 생명력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마지막으로 가장 감사한 변화는 세 권의 『시대예보』를 모두 읽고 북 콘서트에 참석해 주시는 독자들이 꾸준히 늘어난다는 것입니다. 첫해의 과분한 사랑도, 둘째 해의 지속적인 관심도 너무나 감사했습니다. 하지만 세 번째 해의 열정은 그에 비할 수 없는 감동입니다. 무엇보다 지난 세 권의 책을 모두 들고 오신 분들이 눈에 띄게 늘어난 것이 앞선 두 해와 가장 다른 점입니다. 우리에게 하나, 둘과 셋은 다른 의미로 다가오기에 글을 쓴 이와 생각의 얼개를 맞춰나가며 호응하는 독자들이 늘어나는 것을 보면 벅찬 마음이 듭니다. 하나의 시도는 치기일 수 있고, 두 번째 지속은 용기일 수 있습니다. 여기에 머무르지 않고 세 번째 시도가 끈기로 이어질 때, 모두는 나름의 감동을 응원으로 돌려주는 선한 종족임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외롭게 홀로 달리는 코스에서 주자를 흔들리지 않게 지켜주는 것은 땀을 식히는 바람이나 목을 축이게 하는 음료수만이 아닙니다. 지루할 수 있는 과정에서 손 한번 흔들어주기 위해 도로변을 채운 관객들의 공감이 더 큰 동인이 됩니다. 그리고 옆에서 함께 발을 맞추는 동료 러너들의 발소리가 또 하나의 추력이 됩니다.

지난 3년간 달려온 저의 마라톤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지금도 여러분과 함께 달리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송길영 Mind Min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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