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보훈부가 제주 4·3사건 진압 작전을 이끈 고(故) 박진경(사진) 대령에게 국가 유공자 증서를 발급한 것과 관련해 10일 사과했다. 유공자 증서를 발급한 지 한 달여 만에 해당 조치가 잘못됐다고 번복한 셈이다.
보훈부는 이날 오후 입장문을 통해 “지난달 4일에 이뤄진 증서 발급은 유족의 신청에 대해 국가유공자법 제4조 및 6조에 근거한 행정 처분이었다”며 “비록 법 절차에 의해 처분은 했으나 제주4·3과 관련한 논란이 있는 사안에 대해서 신중한 검토가 이루어지지 못한 점에 대해 제주4·3 희생자와 유가족 그리고 제주도민 여러분께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유족들은 반발했다. 박진경 대령 유족회 박홍균 사무총장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보훈부에서 법적 절차에 따라 정당하게 처분한 내용을 지역의 정치적 이슈로 인해 사과한다면 보훈부는 왜 존재하는지 묻고 싶다”며 “애초부터 국가보훈대상자에 대한 관리를 정치적 이념으로 구분해 관리하는 건 부당했다”고 말했다.
박 대령은 1948년 5월 제주에서 진압 작전을 이끌다 암살된 뒤 전몰군경(戰歿軍警)으로 인정받아 현충원에 안장됐다. 박 대령 유족은 지난 10월 20일 무공훈장 수훈 등을 근거로 보훈부에 박 대령을 국가유공자로 등록해달라고 신청했다. 최근 박 대령에 대한 엇갈린 평가가 확산하는 과정에서 박 대령 추도비를 훼손하려는 시도가 이뤄지자 대처에 나선 것이다. 이에 보훈부는 박 대령을 국가유공자로 지정하며 관련 증서를 유족 측에 전달했다. 증서에는 “대한민국의 오늘은 국가유공자의 공헌과 희생 위에 이룩된 것이므로 이를 애국정신의 귀감으로 삼아 항구적으로 기리기 위하여 이 증서를 드린다”고 적혔다.〈중앙일보 12월 10일자 18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