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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자 항해 이어…중·러 폭격기, ㄷ자로 오키나와 포위했다

중앙일보

2025.12.10 08:05 2025.12.10 1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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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일본 오키나와 인근 해상에서 중국 J-16 전투기(왼쪽)와 러시아 Tu-95 폭격기가 공동 비행 중인 모습. [AFP=연합뉴스]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일본 총리의 대만 유사시 군사개입 시사 발언 이후 중·일 갈등이 격화하면서 일본을 향한 중국의 무력시위가 일상화하고 있다. 중국 항모 랴오닝함이 오키나와 섬 일대 해역을 S자 형태로 포위하듯 이동한 데 이어, 중국 폭격기가 러시아 폭격기와 함께 일본 열도를 아래로 둘러싸며 공동 비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중국은 이웃 나라들과 전쟁 직전 ‘최후통첩’에 쓰던 외교 용어를 일본을 향해 꺼내 드는 등 압박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10일 방위성에 따르면 전날 오전부터 오후에 걸쳐 동해 쪽으로 진출한 러시아 폭격기(Tu-95) 2대가 동중국해를 걸쳐 중국 폭격기(H-6) 2대와 합류했다. 일부 항공기는 남해 상의 한국과 일본 방공식별구역 중첩 지역을 지나 오키나와 남부의 미야코지마(宮古島) 해협 상공을 통과해 태평양 상공으로 진출한 뒤 항로를 시코쿠 앞바다 쪽으로 틀어 올라갔다. 오키나와 인근에선 중국 전투기(J-16) 4대가 추가로 합류했다. 이동 항로는 일본을 ‘ㄷ자’ 형태로 포위하는 형상이다.

중국과 러시아 폭격기가 공동 비행한 지역에선 지난 5일 동중국해를 출발한 랴오닝함 선단도 이동을 이어갔다. 6일 오키나와 본섬과 미야코지마 사이를 지난 뒤 7일에는 가고시마현 기카이지마 동쪽 약 190㎞까지 북상한 뒤 방향을 틀어 9일까지 S자 형태를 그리며 이동했다. 방위성은 5일부터 8일 사이 랴오닝함에서 전투기와 헬기 발착이 약 140회에 달했다고 밝혔다.

NHK는 중국 항공모함이 태평양을 항해할 때 중·러 군용기가 시코쿠 남쪽 태평양까지 비행한 것은 처음이라고 전했다. 이에 더해 중국 해경은 10일 영유권 분쟁 지역인 센카쿠(尖閣·중국명 댜오위다오)열도에 함정을 보내 순찰 활동을 했다. 중국은 그간 일본이 자국의 이익을 침해하는 발언·행동을 했다고 판단될 때마다 해경선을 보내 무력시위를 벌여왔다.

지난 6일 발생한 중국 항공모함 함재기의 일본 전투기에 대한 레이더 조사(照射)를 둘러싼 공방도 격화하는 모양새다. 고이즈미 신지로(小泉進次郎) 방위상은 이날 회견에서 중국군의 레이더 조사는 수색 목적이 아닌 화기 관제(사격 통제) 목적이었다며 중국을 비난했다. 반면 중국은 수색용 레이더를 작동했다고 주장하며 중국 미디어를 통해 중국군과 자위대 사이 무선 교신 음성을 공개하기도 했다.

이 가운데 왕이(王毅) 외교부장은 지난 8일 열린 요한 바데풀 독일 외교부장과 회담에서 일본을 겨냥해 “절대 용납할 수 없다(是可忍孰不可忍·시가인숙불가인)”고 말했다. 중국 외교부 자료에 따르면 왕 부장은 “현직 지도자가 대만을 빌미로 문제를 일으켜 중국에 무력 위협을 가하려 했다.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했다.

중국은 논어 ‘팔일(八佾)’의 첫 구절인 이 문장을 현대 외교의 결정적 시점마다 꺼내들었다. 1962년 10월 인도와 국경 전쟁에 돌입하기 한 달 전인 9월 22일 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절대 용납할 수 없다”는 제목의 사설을 실었다. 1979년 2월 17일 중국·베트남 전쟁 발발 당일에도 인민일보 1면에 같은 제목이 달렸다.

갈등이 군사적 긴장으로 번지는 상황에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한 달 넘게 침묵하고 있다. 다카이치 총리는 10월 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가능한 한 조기에 만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김현예.신경진([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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