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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의 폭주, 이번엔 언론…‘허위정보근절법’ 과방위 통과

중앙일보

2025.12.10 08:11 2025.12.10 1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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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위조작 정보를 고의로 유통했을 때 손해액의 5배까지 징벌적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이 10일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를 통과했다. 표현의 자유와 언론의 권력 감시 기능을 근본적으로 대폭 위축시킬 수 있는 법안을 집권 여당이 밀어붙이면서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당초 민주당 언론개혁특별위원회가 지난 10월 20일 발표한 언론 제도 개편안에는 배상 대상을 ▶타인 비방 목적으로 공연히 거짓을 드러내 타인의 법익을 침해하거나 반복적으로 특정 인종·국가·성별 등에 대한 혐오·폭력을 선동하는 ‘불법 정보’ ▶내용의 전부 또는 일부가 허위이거나 사실로 오인하도록 조작된 ‘허위 정보’ ▶허위 정보 중 유통될 경우 타인을 해하게 될 것이 분명한 ‘허위조작 정보’로 정의했다. 조회·구독자 수가 일정 기준 이상인 언론사와 유튜버가 불법·허위·조작 정보라고 알고 있으면서도 악의적으로 온라인에 유통한 경우 손해액의 5배까지 징벌적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범여권에 속한 조국혁신당이 법안에 제동을 걸자 민주당은 기존 안에 혁신당 법안을 일부 반영해 새로운 안을 마련했다. 과방위 소위 논의 과정에서 “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할 가능성이 있어 법 개정에 앞서 허위조작 정보의 개념 및 판단 기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과방위 수석전문위원)는 지적에 따라 ▶특정 개인이나 집단에 대해 직접적인 폭력을 선동 또는 증오심을 심각하게 조장해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현저히 훼손하거나 ▶타인의 인격권·재산권·공익을 침해하고 ▶이러한 사실을 알면서도 타인에게 손해를 가하거나 부당한 이익을 얻을 목적으로 생산·선별된 정보로 구체화했다. 언론사에 입증 책임을 전환하는 일부 독소조항 등도 빠졌다.

문제는 핵심 문제가 이번에 통과된 법안에 그대로 반영됐다는 점이다. ▶허위조작정보를 광범위하게 정의해 언론 보도에 행정기관이 심의를 통해 개입할 여지가 크고 ▶언론 본연의 권력 감시 기능을 원활히 할 수 있는 보호 장치는 충분히 마련되지 않았으며 ▶징벌적 손배 도입을 통해 강력한 처벌에 방점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정치인과 공직자, 대기업 임원과 대주주 등 권력자의 징벌적 손해배상 청구권 제한도 반영되지 않았다.

이러한 까닭에 국민의힘은 과방위 통과 직전 집단 퇴장했다. 과방위 국민의힘 간사인 최형두 의원은 “징벌적 손배를 가할 수 있는 요건 하나하나가 모호하고 자의적인 ‘온라인 입틀막법’이 강행 처리됐다”며 “이재명 정권과 민주당이 언론의 자유를 위축시키고 자유민주주의를 퇴행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이상휘 의원은 “허위조작 정보에 대한 통제를 정부가 마음대로 하겠다는 것”이라며 “대한민국의 입이 틀어막혀졌다”고 했다.

진보 성향의 참여연대·언론개혁시민연대 등은 과방위 법안 통과 뒤 공동 성명을 통해 “언론계와 시민사회는 개정안의 전면 폐기와 재검토를 요구해 왔지만,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은 공청과 숙의 절차 없이 법안을 밀어붙이며 사실상 야합을 통해 강행 처리를 시도하고 있다”며 “언론에 대한 충분한 보호 장치 없이 국가 중심의 규제와 강력한 처벌을 도입하려는 게 근본적인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졸속 처리를 즉각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하준호.조수빈([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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