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특검(특별검사 민중기)이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 진술 4개월 만에 민주당의 통일교 금품 수수 의혹 사건을 경찰로 넘겼지만, 국민의힘은 직무유기‧직권남용 등 혐의로 고발을 예고했다. 직무유기와 관련한 핵심은 이 사건을 특검법상 수사 대상이 아니라고 본 판단의 적절성이 될 예정이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민주당 수사 방치 의혹까지 더해지면 민 특검과 수사팀을 상대로 한 고발 사건만 3건에 달한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전날 “민 특검은 통일교가 민주당에 정치자금을 제공한 건은 수사대상이 아니라고 했다”며 “직무유기와 직권남용으로 민 특검을 수사기관에 고발하겠다”고 말했다. 양평 공무원 강압 수사 의혹, 민 특검의 비상장주식 투자 의혹으로 경찰 수사가 이뤄지고 있는 상황에서 고발장이 쌓이는 형국이다.
━
수사 형평성 논란
특검팀이 민주당 금품수수 의혹은 수사 범위가 아니라고 판단한 건 법적 수사 대상과의 관련성 때문이다. 김건희 특검법상 수사 대상은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 건진법사 전성배, 명태균씨와 관련된 범죄로 나열돼 있다. 수사 중 인지한 관련 사건도 이들과의 관련성이 있어야 한다는 게 특검팀 판단이다.
그러나 다른 사건과의 형평성은 여전히 논란이다. 특검팀은 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의혹과 관련해 수사를 진행하던 중 김모 국토교통부 서기관의 개인 비리 혐의를 포착해 구속 기소했다. 김 서기관은 용역업체로부터 3600만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는데, 뇌물을 준 업체나 관련 공사 수주 건은 양평고속도로와 무관했다. 집사게이트 의혹을 받던 김예성씨가 구속 기소된 혐의도 개인 횡령이다.
김씨나 김 서기관에 대한 수사는 시작 단계에서 김 여사와의 관련성을 밝히려는 목적이 있었지만, 윤 전 본부장이 진술한 민주당 금품지원 의혹은 애초 관련성이 있을 여지가 없어 추가 수사가 어려웠다는 게 특검팀 설명이다. 또 특검법은 ‘영장에 의해 확보한 증거물을 공통으로 하는 범죄’를 관련 범죄로 규정한다. 윤 전 본부장이 “2018년쯤 전재수 의원(현 해양수산부 장관)에게 4000만원과 명품 시계 2개를 주고, 다른 민주당과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의원에게 수천만원을 줬다”고 말했지만, 이는 증거물로 보기 어렵다고도 봤다.
━
특검팀 내 이견 없었나
특검 등 수사 지휘라인에서 수사 대상 판단을 강요했는지도 직권남용 판단에 있어 주요 쟁점이다. 이에 대해 특검팀 관계자는 “이 사건이 수사 대상이 아니라는 데 내부적으로 이견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실제 수사팀도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 진술을 확보하고 수사 대상이 아니라고 봤다고 한다. 다만 다른 수사기관에서의 수사 필요성이 있다고 보고 10월 말쯤 통일교의 민주당 금품 공여 의혹에 내사번호를 부여하고 경찰에 이첩할 수 있도록 정리했다. 건진법사, 통일교 관련 기존 수사를 마무리하고 사건 인계를 준비했다는 의미다.
━
논란 커지고 나서야 경찰 이첩
특검팀이 경찰 국가수사본부로 사건을 인계한 건 지난 9일이다. 윤 전 본부장 진술이 이뤄진 뒤 4개월여간 사건은 수사도, 이첩도 이뤄지지 않았다. 특검팀은 당초 수사기간 종료와 함께 해당 의혹 사건을 인계할 예정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논란이 커지면서 계획보다 빨리 사건을 경찰에 넘겼다.
특팀팀은 공소시효는 문제가 없다고 보고 있다. 특검팀은 윤 전 본부장의 진술을 토대로 이 사건은 부정한 청탁과 금품 제공이 함께 이뤄진 뇌물로 봐야 한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전 본부장은 2018년쯤 금품이 제공됐다고 했는데, 정치자금법 위반은 공소시효가 7년으로 짧지만, 뇌물은 3000만~1억원일 때 10년, 1억원 이상이면 15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