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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분에 세상에 나왔어요"…'떡진머리' 산부인과 의사 울컥한 편지

중앙일보

2025.12.10 12:00 2025.12.10 1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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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회 김우중 의료인상을 수상한 전진동 미즈메디병원 산부인과 의사(오른쪽)가 정희자 전 힐튼호텔 회장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산모들은 새로운 생명을 맞이하는 기대를 갖고 옵니다. 새 생명이 태어나는 순간의 기쁨을 같이 누릴 수 있다는 게 산부인과 의사의 가장 큰 매력입니다."

전진동(53) 미즈메디병원 진료부장은 9일 연세대 백양누리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제5회 김우중 의료인상 시상식에서 이렇게 말했다. 전 부장은 이날 김우중 의료인상 본상 수상자 세 명 중 한 명이다.

그는 지난 20년간1만여 건의 새 생명의 탄생을 책임진 공로를 인정받았다. 국내 주요한 의료인상 중 분만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해 상을 수여한 경우가 드물다. 산부인과는 필수의료의 대명사이다. 어렵고 힘든데 위험해서 기피 대상이 된 지 오래다.

김우중 의료인상 임채민 심사위원장(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어려운 환경을 꿋꿋이 이겨내고 필수의료를 지킨 점을 높이 평가했다"고 선정 배경을 설명했다. 지난해 4회 때는 박국양 가천대 길병원 심장혈관흉부외과 교수가 필수의료 지킴이 공로를 인정받아 수상했다.

전 부장은 이날 수상 소감에서 "필수의료임에도 불구하고 수익성이 낮고, 업무가 과중한 데도 24시간 365일 분만실을 지키는 전국의 산부인과 동료들과 기쁨을 함께하고 싶다"고 말했다.

전 부장은 "모든 산모와 아기가 어떠한 상황에서도 안전하게 분만을 할 수 있는 그런 의료 환경을 만드는 것, 산모들과 공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산모의 몸과 마음의 상태를 잘 살피고 이해하려고 노력한다"고 말한다.

이날 시상식 축하 영상에는 이색적인 인물이 등장했다. 전 부장에게서 4명의 자녀를 분만한 환자였다.

"셋째 출산 8년 만에 넷째를 출산하려고 병원에 갔는데, 떡진(엉겨붙은) 머리 그대로이더군요. 하나도 변하지 않았더군요. 뭉클했습니다. 한 명도 아니고 네 명의 출산을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떡진 머리는 전 부장을 가르킨다. 이 산모는 지난해 1월 전 부장 진료를 받고 넷째를 출산했다. 당시 둘째(11)가 전 부장에게 편지를 건넸다고 한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둘째 OO 이에요. 저희 4남매 엄마 배 속에 있을 때 잘 봐주시고, 세상에 잘 나올 수 있게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4남매 드림"

전 부장은 아이의 순수한 마음이 느껴져 울컥했다고 한다.

전 부장은 "의대 실습을 돌 때 분만 현장을 처음 봤다. 생명이 태어나는 그 순간 고통과 긴장, 기쁨과 환희가 공존하는 감동적인 광경이었다. '내가 이 순간을 지킬 수 있는 의사가 된다면 얼마나 보람차고 행복할까'라고 생각해 산부인과를 택했다"고 말한다.

산부인과는 예측할 수 없는 응급 상황이 끊이지 않는다. 전 부장의 말.
"고위험 임신부의 분만을 할 때는 몇 분 몇 초에 따라서 환자의 생명이 좌우되기 때문에 긴장의 끈을 놓을 수가 없죠. 갑작스럽게 대량 출혈이 되거나 태아의 상태가 나빠질 경우 저도 심장이 쿵쾅거립니다."

전 부장은 연세대 의대를 나와 신촌세브란스병원에서 인턴, 산부인과 레지던트를 마쳤다. 2006년 산부인과 전문병원인 미즈메디병원에서 진료를 시작해 계속 근무하고 있다.

김우중 의료인상은 2021년 제정됐다. 고(故) 김우중 대우 회장이 출연해 설립한 대우재단이 완도·무주 등의 오지에서 의료사업을 해 왔고, 이를 계승하기 상을 만들었다. 소외된 이웃을 위해 장기간 인술을 펼쳐온 의료인을 선정해 수상한다.



신성식([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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