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트넘은 10일(한국시간) 영국 런던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5-2026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리그 페이즈 6라운드 홈 경기에서 슬라비아 프라하를 3-0으로 제압했다.
경기를 앞두고 특별한 손님이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을 방문했다. 바로 토트넘에서 10년간 활약하며 454경기 173골 101도움을 기록한 전설 손흥민이 돌아온 것. 그는 '집'으로 돌아와 영국 현지 팬들에게 인사를 건넸다.
손흥민은 지난 시즌 UEFA 유로파리그(UEL) 우승 트로피를 끝으로 토트넘과 작별했다. 지난 8월 한국에서 열린 뉴캐슬 유나이티드와 프리시즌 친선 경기를 통해 토트넘과 작별을 고했고, 양 팀 선수들의 '가드 오브 아너'를 받았다. 벤치에서 눈물을 흘린 손흥민은 헹가래를 받으며 토트넘과 동행에 마침표를 찍었고, 곧바로 미국으로 건너갔다.
[사진]OSEN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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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때문에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작별 인사를 하고 싶다고 밝혔던 손흥민. 그의 바람은 빠르게 현실로 이뤄졌다.
그리고 손흥민의 꿈은 현실이 됐다. 토트넘은 슬라비아전에 손흥민을 초청하며 전설의 귀환을 준비했다. 단순히 그를 경기장으로 초대했을 뿐만 아니라 경기장 앞 하이 로드 인근 건물 외벽에 손흥민을 주제로 한 대형 벽화까지 제작했다. 손흥민의 트레이드마크인 찰칵 세리머니와 UEL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는 모습, 태극기 등이 담겼다.
벽화에 직접 사인을 남긴 손흥민은 킥오프전 회색 롱코트에 검은 목도리를 두르고 경기장에 나타났다. 토트넘 팬들은 기립 박수와 뜨거운 환호로 그를 맞이했다. 부상으로 재활 중인 제임스 매디슨과 굴리엘모 비카리오 등 옛 동료들도 손흥민과 포옹하며 약 4개월 만의 재회를 나눴다.
토트넘이 준비한 기념패를 건네받은 손흥민은 마이크를 쥐고 토트넘 팬들에게 직접 작별 인사를 남겼다. 그는 "정말 놀라운 10년이었다.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난 항상 스퍼스일 거고, 여러분과 함께할 것"이라며 "이곳은 항상 내 집이다. 절대로 여러분을 잊지 못할 거다. 여러분 모두 사랑한다"라고 정식으로 작별 인사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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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트넘의 또 다른 전설 레들리 킹도 등장했다. 그는 토트넘 엠블럼 모양 트로피로 제작된 감사패를 손흥민에게 전달한 뒤 힘껏 끌어안았다. 토트넘 팬들은 다시 한번 기립 박수를 보냈다. 2008년 리그컵 우승을 이끌었던 킹과 2025년 UEL 트로피를 들어 올린 두 전설의 만남이었다.
손흥민이 관중석에서 지켜보는 가운데 경기는 토트넘의 시원한 대승으로 끝났다. 토트넘은 전반 26분 상대의 자책골로 리드를 잡았다. 코너킥 공격에서 나온 크리스티안 로메로의 헤더가 다비트 지마에게 맞고 굴절되며 골문 안으로 들어갔다.
후반전 이른 시간 추가골이 나왔다. 후반 2분 페드로 포로가 박스 안에서 반칙을 당하며 페널티킥을 얻어냈다. 이를 모하메드 쿠두스가 침착하게 마무리하며 2-0을 만들었다. 그리고 후반 35분 사비 시몬스가 자신이 얻어낸 페널티킥으로 득점하며 경기에 쐐기를 박았다.
이날 승리로 토트넘은 3승 2무 1패, 승점 11을 기록하며 9위로 점프했다. 그 덕분에 16강 직행 티켓이 주어지는 8위 진입 희망을 되살렸다. 손흥민이 있던 시절부터 이어지고 있는 UEFA 주관 대회 홈 연속 무패(19승 4무) 기록도 23경기로 연장했다.
[사진]OSEN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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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종료 후 손흥민은 크리스티안 로메로, 히샬리송과도 만났다. 토트넘이 공개한 영상에 따르면 그는 선발 출전한 뒤 쿨다운 중인 둘을 찾아갔다.
로메로는 다가오는 손흥민을 발견하자마자 활짝 웃었다. 둘은 서로를 꽉 안았고, 이후로도 몇 차례나 손을 꽉 쥐며 반가워했다. 손흥민과 함께 미국 무대에서 뛰고 있는 리오넬 메시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손흥민은 "올해는 메시가 우승하게 해줬다. 내년엔 내가 우승하겠다"라며 웃음을 터트렸다.
옆 침대에 누워있던 히샬리송도 손흥민을 반겼다. 그는 손흥민을 보자마자 카메라를 향해 "이 남자는 내 덕분에 트로피를 들었다"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손흥민은 "아니다. 브레넌 존슨(UEL 결승전 득점자) 덕분이다"라며 투닥거렸다. 히샬리송은 손흥민이 계속해서 존슨 덕분이라고 반박하자 "결승에서 메시나 만나라"라고 말해 모두를 웃게 했다.
히샬리송은 손흥민과 토트넘에서 2022년부터 3년간 한솥밥을 먹은 사이다. 그는 지난 8월 손흥민의 고별전을 마친 뒤 "손흥민 당신은 훌륭한 친구일 뿐만 아니라 훌륭한 프로 선수, 리더, 한 사람으로서 본보기다. 당신은 토트넘 유니폼을 입고 역사를 만들었고, 그렇게 중요한 우승을 함께할 수 있어서 정말 기쁘다. 당신은 정말로 그럴 자격이 있었다"라고 편지를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