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시의 ‘글로벌 영화·영상 산업 수도’ 구상에 가속도가 붙었다. ‘반지의 제왕’ ‘아바타’ 등을 촬영한 뉴질랜드 쿠뮤 필름 스튜디오가 전주에 아시아 제2 스튜디오 건립을 확정하며 2300억원 규모 투자 계획을 밝히면서다.
전주시는 11일 “전날 피터 유 쿠뮤 필름 스튜디오(이하 쿠뮤) 대표가 전주시청을 찾아 우범기 전주시장과 투자 제안서를 공유하고 후속 절차를 논의했다”고 밝혔다. 쿠뮤 측은 전주 고랑동 일원 33만㎡ 부지에 2282억원을 들여 아시아 제2 스튜디오를 지을 계획이다. 부지 매입 1500억원, 기반 시설 조성 782억원 등이다.
쿠뮤 측은 지난해 4월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전주시와 투자 양해각서(MOU)를 맺은 뒤 같은 해 10월 전주에 한국 법인을 설립했다. 뉴질랜드 오클랜드 서부(27만1074㎡)에 세계 최고 수준의 영화 촬영 인프라를 갖춘 쿠뮤는 할리우드 영화사들이 선호하는 촬영소로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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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뮤 “한국 유일 해양·수중 촬영 단지”
이번 제안서엔 스튜디오 구성도 구체적으로 담겼다. 가칭 ‘전주 아시아 제2 스튜디오’에 6000평(1만9835㎡) 규모 사운드 스테이지(방음과 음향 제어가 가능한 실내 스튜디오) 3동, 국내 최초 해양 표면 탱크(바다 장면을 찍기 위한 수조)와 대형 수중 촬영 탱크, 세트 제작 워크숍 공간, 제작사 사무실, 장비업체 입주 공간 20동 등이 포함됐다. 쿠뮤 측은 “한국 유일의 해양·수중 특화 촬영 단지가 될 것”이라며 “한국뿐 아니라 아시아권 대규모 프로젝트 유치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쿠뮤 측은 스튜디오 운영 첫해인 2030년 매출을 203억원, 2034년 311억원으로 예측했다. 수중·해양 탱크 등 높은 임대 수익을 통해 안정적인 수익 구조가 구축될 수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쿠뮤가 선택한 전주는 국내 대표 촬영지로 꼽힌다. ‘기생충’ ‘오징어 게임’ ‘폭싹 속았수다’ 등 굵직한 영화·드라마가 전주 한옥마을과 전동성당·경기전 등에서 촬영됐다. 전주영화종합촬영소에선 스튜디오 촬영이 가능해 해마다 100편 안팎의 드라마·영화가 전북에서 제작된다는 게 전주시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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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시 “글로벌 영화 도시 도약 계기”
우 시장은 지난해 10월 ‘글로벌 영화·영상 산업 수도, 전주’ 비전을 선포하며 2034년까지 5750억원을 투입한다는 중장기 구상을 내놓았다. 전주영화종합촬영소 일대 10만㎡에 VR(가상현실)·수중 촬영 등이 가능한 특화단지를 조성하고, 북부권에 쿠뮤 제2 스튜디오를 만드는 내용이다. 전주시는 이 비전이 실현되면 직·간접 일자리 7000개, 기업 200개 유치, 연간 매출 2000억원 달성을 기대한다. 이 계획의 핵심축인 쿠뮤 투자가 성사되면 전주는 기획·촬영·후반 작업까지 원스톱 제작 시스템을 갖춘 국내 첫 도시가 된다고 전주시는 전했다.
피터 유 대표는 “전주시는 영화·영상 산업을 미래 핵심 산업으로 육성하려는 뚜렷한 의지를 보여 줬다”며 “전주시의 추진력을 신뢰하고 지속 가능한 협력 관계를 만들겠다”고 했다. 우 시장은 “2000억원대 투자는 전주가 글로벌 영화 도시로 도약하는 중요한 계기”라며 “제2 스튜디오가 안정적으로 구축될 수 있도록 제도 개선과 행정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했다.
그러나 쿠뮤의 투자 실현까지 넘어야 할 산도 많다. 전주시는 현재 영화·영상 산업단지 조성을 위한 기본 구상을 확정한 단계다. 행정안전부의 타당성 조사와 지방재정 투자 심사, 국토교통부 산업 입지 심의 등 여러 행정 절차를 거쳐야 한다. 외국인 투자 촉진법과 지자체 조례를 기반으로 한 부지 매입 보조금, 로케이션 인센티브(촬영 혜택) 등 구체적 지원 체계도 아직 마련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