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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맹 현대화’ 논의 속 주한미군 감축 막는 美국방수권법안, 하원 통과

중앙일보

2025.12.10 21:33 2025.12.10 2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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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18일 경기도 동두천시 캠프 케이시에서 주한미군 순환배치 여단 임무교대식이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주한미군 규모를 현 수준인 2만8500명으로 유지하는 내용이 포함된 미국의 2026 회계연도 국방수권법안(NDAA)이 10일(현지시간) 미 하원을 통과했다. ‘동맹의 현대화’를 명분으로 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주한미군 역할·규모 조정 논의가 진행되는 가운데다.

미 하원은 이날 총 9010억 달러(약 1325조 원) 규모의 국방수권법안을 찬성 312표, 반대 112표로 가결 처리했다. 해당 법안은 다음 주로 예상되는 상원 표결을 통과하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서명을 거쳐 발효된다.



‘주한미군 일방적 감축에 예산 사용 불가’

총 3086쪽 분량의 이번 국방수권법안은 미군 병력의 연평균 급여 3.8% 인상과 군용 드론 생산 능력 촉진, 국가 미사일 방어시스템의 업데이트 및 ‘골든돔’ 구축 등 광범위한 군사정책이 담겨 있다. 특히 승인 예산을 현재 2만8500명 수준인 주한미군 병력을 감축하는 데 사용할 수 없다는 내용이 명시됐다.

이 조항은 트럼프 행정부 1기 당시 의회가 행정부의 일방적인 주한미군 감축을 견제하기 위해 2019~2021 회계연도 국방수권법에 포함시켰다가 조 바이든 행정부 때 삭제됐는데, 이번에 다시 복원됐다. 트럼프 2기 행정부 들어 주한미군 감축을 염두에 둔 듯한 발언이 잇따르는 상황에서 의회가 행정부를 견제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5월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를 앞두고 미 국방부 고위 당국자가 “주한미군 병력 규모 감축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고 했고,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 수석 고문 출신 댄 콜드웰과 미 싱크탱크 ‘국방우선순위’의 제니퍼 캐버노 선임연구원은 지난 7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해외 미군 준비태세 재편론과 함께 주한미군을 약 1만 명으로 줄여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美 확장억제 재확인…韓과 동맹 강화’

하원을 통과한 NDAA는 “한반도 평화와 안정이라는 공동 목표를 지원하기 위해 약 2만8500명의 주한미군 병력 유지, 상호방위기지 협력 강화, 그리고 상호방위조약에 부합하는 방식으로 미군의 전방위적인 방어 역량을 활용한 미군의 확장억제(핵우산 등) 공약 재확인 등 한국과의 동맹을 강화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국방수권법안은 또 한·미 연합사령부의 전시작전통제권을 미군 지휘부에서 한국 지휘부로 이양하는 과정에서 양국 간 합의된 계획과 다른 방식으로 진행하는 데 예산이 사용될 수 없다고 명시했다. 다만 법안은 미국의 국가안보 이익에 부합하고 한국과 일본 및 유엔군사령부에 군사적으로 기여한 국가 등 동맹국들과 적절히 협의했다는 점을 소관 상임위원회에 제출하면 60일 이후 이러한 제한이 해제된다는 단서를 달았다.

지난 8월 27일 경기도 여주시 연양동 남한강에서 열린 한미연합 제병협동 도하훈련에서 주한미군 스트라이커 장갑차와 한국군 K200 장갑차가 부교 도하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번 국방수권법에는 유럽에 배치된 미군 병력 7만6000명을 그대로 유지하되 미 국가안보 이익에 부합하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맹국과 협의됐다는 사실이 증명될 경우에만 감축이 가능하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대만 안보협력 프로젝트 10억달러 지원’

중국과 관련해서는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확대되는 중국의 영향력에 대응하기 위해 역내 동맹국과 파트너국들과 군사 훈련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예산 요청을 전액 지원한다”는 내용과 “대만 안보 협력 프로젝트에 10억 달러를 지원한다”는 조항이 들어갔다. 이와 함께 중국의 특정 기술에 대한 미국의 투자를 제한하는 규제가 새로 포함됐다. 이는 중국의 인공지능(AI), 군사기술 개발에 미국 자본이 전용돼선 안 된다는 초당적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국방수권법은 매년 국방부의 예산 지출과 정책을 승인하는 법안이다. 총 9010억 달러 규모의 이번 법안은 ▶획득(무기·장비 구매) 1620억 달러 ▶연구ㆍ개발ㆍ시험ㆍ평가 1460억 달러 ▶작전 및 유지ㆍ보수 2910억 달러 ▶군 인력 및 보건 2340억 달러 ▶군사 건설 및 군인 가족 주택 200억 달러 ▶국방 핵프로그램 340억 달러 등으로 구성됐다. 2026 회계연도 국방수권법은 지난 10월 1일부터 내년 9월 30일까지 적용된다.



앤디 김 “북한 비핵화 빠진 NSS 우려”

국방수권법안 중 주한미군 관련 조항은 지난 9월 하원, 10월 상원을 각각 통과한 뒤 최근 양원 조정 절차를 마친 상태로, 이날 하원을 통과한 법안은 상·하원 통합안이다. 이와 관련해 한국계 앤디 김 민주당 연방 상원의원(뉴저지)은 “현 행정부가 한반도의 주한미군 병력을 일방적으로 감축할 수 있는 권한을 제한하는 조치가 마련된 데 대해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트럼프 행정부가 최근 공개한 최상위 전략 지침서인 국가안보전략(NSS)에 북한 및 북한 비핵화가 빠진 점을 두고는 “한반도 문제를 덜 중요하게 취급한 점이 우려된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미국이 갖춰야 할 국가안보전략에 부합하지 않은 것으로 사실상 미국의 글로벌 리더십을 포기하려는 시도”라고 비판했다.

김형구([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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