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닫기

"무역 투쟁" "기업 안정" 中 중앙경제공작회의 관전포인트는

중앙일보

2025.12.10 21:48

  • 글자크기
  • 인쇄
  • 공유
글자 크기 조절
기사 공유
8일 중국 난징 룽탄 항구에 수출용 차량이 선적을 기다리고 있다. 중국 당국은 내년도 경제 운용 지침에 처음으로 ‘무역 투쟁’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며 각종 무역 분쟁 대비에 나섰다. AFP=연합뉴스
중국이 내년 경제 운용 지침을 확정하는 중앙경제공작회의 개최를 앞두고 국제 무역 분쟁에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고용을 통해 취업난을 해소하기 위해 ‘기업 안정’이란 방침도 코로나 19가 발생한 2020년 이후 다시 등장했다.

중국 공산당은 지난 8일 중앙정치국회의를 열고 2026년 경제 업무를 분석 연구했다고 관영 신화사가 보도했다. 전문가들은 회의 발표문을 지난해와 비교해 무역투쟁, 기업안정 등을 핵심 관전 포인트로 제시했다.

올해 정치국회의에서는 “국내 경제 업무와 국제 경제·무역 투쟁을 더욱 잘 총괄하라”며 무역을 투쟁의 차원으로 격상했다. 덩위원(鄧聿文) 시사 평론가는 “국제 경제·무역 투쟁은 처음 등장한 용어”라며 “베이징이 국제 투쟁의 각도에서 외국과 무역 관계를 보고 있음을 반영한다”고 분석했다.

싱가포르 연합조보는 11일 “베이징이 내수 확대를 시도하면서 동시에 수출 주도형 발전 전략을 조정할 생각이 없음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다른 나라의 강한 반격에 직면할 것을 예상했기 때문”이라며 “베이징은 엄중한 외부 환경을 모두 상대방이 일방주의, 보호주의를 취한 탓으로 돌릴 수 있다”라고도 전망했다.

올해 중국은 미국의 관세장벽에도 불구하고 사상 초유의 무역 흑자를 기록했다. 정치국회의가 열렸던 8일 중국 해관총서(관세청)는 올해 1~11월 전체 무역흑자가 1조758억5000만 달러(약 1581조원)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그러자 국제사회에선 중국의 수출 공세에 우려를 나타내왔다. 2000년대 초반 중국에서 수입된 값싼 제품의 공습으로 미국과 유럽이 제조업 생산기지를 중국으로 이전하면서 각국에서 대규모 실업사태가 발생했던 ‘차이나 쇼크’가 재연될 수 있다고 봐서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10일 베이징 기자회견에서 “무역 파트너보다 낮은 물가는 중국 수출품을 더욱 저렴하게 만들면서 과도한 수출 의존을 연장하고 무역 불균형을 악화했다”며 시정을 촉구했다.
3일 베이징의 한 공사장에서 건설 노동자가 창문틀을 설치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한국, 미국 때리는 간접 희생양 될 수도”

중국이 ‘투쟁’의 수위를 높일 경우 한국도 중국발 무역분쟁에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은 “2026년에도 미·중 추가 관세와 수출 통제, 그리고 제3국을 통한 압박이 언제든 재점화될 수 있다”며 “한국은 투쟁의 직접당사자는 아니지만, 중국이 미국을 때리는 간접 희생양으로 쓸 가능성은 항상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반도체 소재와 배터리 소재의 대(對)한국 수출을 통제하면 미국의 정보통신과 전기차 산업에 타격을 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최근 중국이 한화오션에 부과하려 했던 제재 시도가 또 발생할 수 있다는 의미다.

중국 공산당은 건설업 침체와 산업구조 전환 등으로 생긴 대규모 실업에 대한 대책도 내놨다. 정치국회의에 앞서 지난 3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당외 인사 좌담회에서 직접 “취업·기업·시장·예측 안정에 힘써야 한다”며 기업안정을 강조했다.

덩위원 평론가는 “과거 3대 안정에서 기업을 추가해 4대 안정으로 확대했다”며 “기업이 도산하면 취업이 안 되기 때문에 일련의 기업 안정 조치가 나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은 코로나 19가 발발했던 지난 2020년 5월 뒤늦게 발표한 정부업무보고에서 “기업안정, 취업 보호”를 제시하며 기업 안정을 위한 금융지원을 강화한 바 있다.



중앙군사위 인사재편 관찰 창구

한편 올해 경제공작회의는 중국 고위층 정치 동향을 살필 수 있는 중요한 창구이기도 하다. 지난 10월 개최된 4차 중앙위원회 전체회의와 달리 경제공작회의는 1994년 처음 열린 이후 한 해도 예외 없이 현직 실무자가 전원 참석하는 회의이기 때문이다.

경제를 제외한 첫 번째 관전 포인트는 마싱루이 정치국 위원의 참석 여부다. 지난 7월 1일 신장 당서기 면직 이후 지난달 말 정치국 집단학습에 불참한 마싱루이가 다시 불참할 경우 낙마를 간접 시인하는 게 된다. 이 경우 허웨이둥 중앙군사위원회 부주석이 숙청되고, 리간제 중앙조직부장이 중앙 통일전선부장으로 직무를 교체당한 데에 이어 한 해 세 명의 정치국원이 처분을 받는 초유의 상황이 된다.

두 번째 관전 포인트는 중앙군사위 주요 기관의 인사 재편이다. 이번 경제공작회의는 참석 대상인 장비발전부, 정법위서기, 정치공작부, 국방동원부 등 기존 책임자가 군 기율위에 제명되거나 면직, 강등 처분된 군 기관의 인사 실태를 가늠하는 창구가 될 전망이다.






신경진([email protected])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