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야권이 ‘통일교 게이트 특별검사’ 카드로 더불어민주당을 향한 역공에 나섰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전재수 해양수산부 장관에게 2018~2020년 현금 4000만원과 명품 시계 2개를 전달하는 등 민주당 정치인에게 돈을 건넸다”고 민중기 특별검사팀 수사에서 진술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다. 권성동 의원이 구속되는 등 통일교 연루설로 궁지에 몰렸던 국민의힘 입장에선 공수가 교대된 셈이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11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중기 특검은 민주당 인사는 한 차례 조사도 하지 않고 사건을 경찰로 넘겼다”며 “민주당은 종합 특검을 운운하고 있는데, 이 사건부터 특검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검사 출신인 주진우 의원은 “이미 수사의 골든타임을 놓쳤다. 면죄부 경찰 수사는 안 된다. 특검을 즉각 도입해야 한다”고 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도 “전재수 장관이 직을 내려놓은 건 의혹이 실재한다는 방증으로 이해한다. 양당 모두 이 사안에서 자유로운 제3자의 검증을 받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라며 “특별검사를 임명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어 “파견검사로 120명 이상을 명시해 설계한 ‘3대 특검’과 달리, 우리 당은 딱 15명만 요구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에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적극 환영한다. 명확한 진상규명과 철저한 발본색원을 특검으로 함께 이뤄내보자”고 화답했다.
고발에도 나섰다. 국민의힘 조배숙(사법정의수호특위 위원장)·곽규택(법률자문위원장) 의원 등은 이날 오전 10시 서울경찰청을 찾아 민중기 특검팀과 전 장관 등에 대한 고발장을 제출했다. 이들은 특검팀에 대해선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민주당 의원이 관여됐다는 진술을 받아놓고도 쉬쉬했다”며 직무유기 의혹을, 전재수 장관과 민주당 전·현직 의원들에 대해서는 “금품을 수수한 의혹이 있다”며 정치자금법 위반 및 뇌물수수 의혹을 각각 주장했다.
보수 야권의 공세는 전재수 장관이 자진해서 직을 내려놓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거세졌다. 전 장관은 이날 오전 ‘유엔해양총회’ 유치 활동을 마치고 인천공항으로 귀국하는 길에 기자들과 만나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며 사의를 표명했다. 전 장관은 사의 표명 후 중앙일보 통화에서 “제기된 의혹들은 전부 사실이 아니다. 대통령실과 해수부 업무에 손톱만큼도 부담을 주고 싶지 않았다”며 “돈과 시계를 받았다는 건데 아예 관심이 없고, 서른살 이후 시계는 차본 적도 없다”고 강조했다. 대통령실은 기자단에 “이재명 대통령은 전 장관의 사의를 수용할 예정”이라고 공지했다.
일부 언론에서 금품수수 의혹 정치인으로 실명이 거론된 정동영 통일부 장관도 이날 “금품 보도는 근거없는 낭설”이라며 반박에 나섰다. 정 장관은 “2021년 9월 30일 오후 3시쯤 경기도 가평 천정궁 통일교 본부에서 윤영호씨와 처음 만나 차담을 가졌다. 당시 윤씨를 처음 만났으며 그 뒤 연락을 주고받거나 만난 사실이 전혀 없다”고 해명했다. 한학자 통일교 총재에 대해선 “만난 적이 없고 일체 면식이 없다”고 했다.
언론 보도에서 함께 실명이 거론된 국민의힘 김규환 전 전 의원은 “2018년쯤 통일교 주최 행사에 참석한 사실은 있으나 초청에 따라 축사를 했을 뿐 금품·향응·편의 등 어떠한 경제적 제공도 받지 않았다. 윤영호씨와의 만남 등 어떤 관계도 없었다”며 “허위 의혹에 대해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했다.
통일교 측 인사와 전화 통화를 했다고 거명된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이날 “특정 정치 편향 언론의 거짓 여론 조작, 저질 물타기 정치 공작”이라며 “명백한 허위사실이며 강력한 법적 대응을 할 것”이라는 입장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