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빛이 서늘하다” “차가운 이미지가 의외로 잘 어울린다.”
그룹 엑소 멤버 겸 배우 도경수(32)가 디즈니플러스 시리즈 ‘조각도시’(12부작)에서 악역 안요한을 연기하며 이 같은 호평을 이끌어냈다. 지난 3일 전편 공개 이후 작품은 플랫폼 내에서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으며, 플릭스패트롤 기준 디즈니플러스 TV쇼 월드와이드 1위(11월 24일 차트)에 오르기도 했다.
이야기는 평범한 삶을 살던 박태중(지창욱)이 한순간 흉악 범죄의 함정에 빠져 감옥에 가게 되고, 그 배후에 모든 사건을 설계한 인물 안요한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본격적으로 전개된다. 영화 ‘조작된 도시’(2017) 세계관을 확장한 작품으로, 영화 각본·기획에 참여했던 오상호 작가가 드라마 각본도 집필했다. 여기에 SBS ‘국민사형투표’(2023)를 연출한 박신우 감독, 영화 ‘아마존 활명수’(2024)의 김창주 감독이 공동 연출을 맡아 영화적 템포와 OTT 드라마의 연속성을 동시에 구현했다.
도경수는 재벌 2·3세들의 범행을 뒤처리해주며 막대한 자금을 축적하는, 인간애가 결여된 ‘설계자’ 안요한을 통해 데뷔 이래 처음으로 빌런 연기에 도전했다. 도파민만을 좇는 공허한 쾌락주의자이자 한국 누아르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해온 ‘전형적 악인’의 문법을 품고 있으면서도 그 틀을 비트는 과제를 안은 캐릭터다. 11일 오후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그를 만나, 자신에게 큰 변곡점이 된 이번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Q : 도경수의 재발견이라는 호평을 받고 있다.
A : 처음 하는 악역을 좋게 봐주시고 응원 많이 받았다. 좋은 반응들을 체감하며 뿌듯하고 행복하게 지내고 있다. 이렇게까지 큰 관심을 주셔서 너무 감사하다. 기회가 되면 악역을 또 하고 싶다.
Q : 첫 악역에 망설임은 없었나.
A : 즐거웠다. 해보고 싶은 역할이라 걱정이나 부담보다는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가장 컸다. 이전에 악역 제안이 한 번도 없었다. 사연 있는 역할이나 악역과는 상반된 캐릭터 제안이 많았다.
Q : 안요한을 연기하며 느낀 감정 변화가 있었나.
A : 감정표현을 극한까지 끌어올리는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살면서 처음 느껴보는 그런 감정이라 연기할 때 스트레스가 풀리는 기분도 들었다. 일상에서 악역 캐릭터가 영향을 미치진 않았다. ‘컷’ 하는 순간 그냥 나로 돌아왔다. 악역 맡은 후 부작용은 주위 반응이다. 내 눈빛을 오해하는 분들이 있었다.
Q : 캐릭터 구축 과정에서 중점적으로 둔 지점은.
A : 전형적인 빌런에서 탈피하고 싶었다. 탈색과 펌을 반복해 네 시간 정도 걸려서 삐쭉삐쭉한 헤어스타일을 했고 샤프하고 날 선 모습으로 보이도록 의상을 신경 썼다. 액션신에선 더 잔인하게 보일 수 있는 방법을 연구했다. 대사를 할 때는 오히려 차분하게 빌런처럼 보이지 않도록 하는 반전을 주기도 했다. 본인이 좋아하는 일을 했을 땐 정말 아이처럼 즐긴다는 설정을 넣었다.
Q : 빌런 캐릭터에 몰입하기 어려웠을텐데.
A : 요한은 사람을 개미로 보는 인물이다. 선천적인 사이코패스 캐릭터로 보고 상상력으로 연기했다. 다큐멘터리 ‘고양이는 건드리지 말아라’를 참고했다. 일반인은 이해하기 힘든 부분들이 있더라. 그런 것을 참고해서 요한 캐릭터를 이해하고 몰입하기보다 상상력으로 채웠다
Q : 원작 영화 ‘조작된 도시’를 참고한 건 없나.
A : 전혀 없다. 개봉 당시 보긴 했지만, 촬영할 땐 생각나진 않았다. 어렸을 때부터 봐온 여러 누와르 장르영화에서 받은 느낌이나 감정들이 떠오르는 정도였다.
Q : 시즌2에 대한 생각은.
A : 요한은 타인을 부리면서 악행을 저지르는 인물이다. 이렇게 나쁜 사람은 결말에서 죽었으면 한다. 그런데 작가님이 만약 요한을 살리고 시즌2를 한다면 살아야 한다. 열린 결말로 끝나서 뭐든 가능할 수 있다.
Q : 지창욱·이광수와의 호흡은 어땠나.
A : 많은 부분을 혼자 블루스크린 앞에서 연기하거나 좁은 공간에서 촬영했다. 선배들과 눈을 보고 연기하고 싶었는데 그렇지 못해 아쉽다. 화면으로 태중을 보니 ‘진짜 저 사람 불쌍하다’란 감정이 느껴졌다. 지창욱이 연기를 정말 잘했다. 이광수와는 SBS ‘괜찮아, 사랑이야’(2014) 이후 두 번째 작품이다. 이번에 겹치는 장면이 있어 옆에서 연기하는 걸 봤는데 순간적인 집중력이 대단했다.
Q : 이광수와 함께 한 예능 ‘콩콩팡팡’과 방영 시기가 겹쳤다.
A : 예능을 재밌게 보신 분들이 둘이 나오는 드라마도 찾아봐주신 것 같다. 드라마에선 빌런이라 몰입이 안 된다는 반응도 있지만, 이렇게 양쪽에서 다른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어 좋았다.
Q : 엑소 활동도 앞두고 있다.
A : 2018년 이후 단체로 모이는 건 오랜만이라 정말 즐겁다. 20대에 활동하는 느낌과는 분명 다르다. 집중력은 향상됐는데 체력적으로 하향이 됐다. 다같이 의기투합해서 더 에너지있는 모습을 보여주려고 열심히 하고 있다. 몇 개의 큰 촬영을 했고 아주 즐겁게 준비하고 있으니 기대해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