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 기한 종료를 사흘 앞둔 내란 특검팀(특별검사 조은석)이 11일 내란 가담과 김건희 여사 수사 무마 의혹을 받는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을 불구속 기소했다. 박 전 장관을 비롯해 한덕수 전 국무총리, 이완규 전 법제처장, 최상목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김주현 전 민정수석, 정진석 전 비서실장 등 윤석열 정부의 핵심 인사들도 대거 재판에 넘겨졌다.
박지영 특검보는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박 전 장관을 내란 중요임무 종사,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부정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고 밝혔다.
박 전 장관은 지난해 ‘12·3 비상계엄’ 선포 직후 법무부에 정치인 등 체포 대상자 수감과 출국금지를 준비하게 하고, 검사들을 부정선거·반국가세력 수사를 맡을 계엄사령부 합동수사본부에 파견하는 방안을 검토하게 한 혐의를 받는다.
박 전 장관은 그동안 이런 지시가 계엄 선포에 따른 ‘통상적 지시’에 불과하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특검팀은 계엄의 위법성을 인식한 상태에서 가담한 것으로 판단했다. 계엄 선포 이전 국무회의에서 박 전 장관이 국회 활동을 금지하는 등 위헌적 내용이 담긴 포고령을 이미 수령한 점을 근거로, 위법성 인식이 있었다고 결론냈다.
아울러 특검팀은 박 전 장관에게 계엄 선포 약 7개월 전 김건희 여사로부터 검찰 수사 무마를 요구하는 부정 청탁을 받은 혐의도 적용했다. 김 여사는 서울중앙지검이 명품백 수수 의혹과 관련해 전담수사팀을 꾸리자 지난해 5월 ‘검찰 관련 상황 분석’이라는 제목의 문서를 박 전 장관에게 보냈다.
해당 문건에는 “이원석 총장이 전담수사팀 구성을 지시한 것인지, 김창진 1차장검사가 구성을 보고한 것인지” “검찰국장에게 파악할 필요가 있다”는 문구가 포함돼 있었다. 박 전 장관은 이를 받은 뒤 검찰국 담당 과장으로부터 명품백 수사 상황을 보고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특검팀은 박 전 장관에 대해 두 차례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은 지난 10월 15일과 11월 14일 연이어 기각했다. 이후 특검팀은 수사 종료 시한이 임박한 점을 고려해 영장 재청구는 단념했으나, 혐의 소명을 위한 보강 수사를 이어왔다. 이 과정에서 지난 1일 계엄 당시 검사들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출동했다는 의혹을 확인하기 위해 대검찰청 과학수사부 사무실을 압수수색하고, 박 전 장관을 추가 조사한 뒤 이날 불구속 기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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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덕수·최상목·김주현·정진석·이완규 등 일괄 기소
특검팀은 ‘헌법재판관 미임명 의혹’과 관련해 한 전 국무총리와 최 전 부총리를 직무유기 혐의로 기소했다. 두 사람은 대통령 권한대행으로 재직하면서 국회가 추천한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은 혐의를 받고 있다.
앞서 국회는 지난해 12월 26일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마은혁·정계선·조한창 후보를 새로운 헌법재판관 후보자로 추천했다. 그러나 당시 대통령 권한대행이던 한 전 총리는 “여야 합의가 없다”는 이유로 임명을 거부했다. 이에 국회는 한 전 총리가 헌법재판관 임명을 거부하고 비상계엄을 방조했다며 탄핵을 소추했다. 뒤이어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은 최 전 부총리는 정계선·조한창 후보자만 임명하고, 마은혁 후보자는 임명을 보류했다.
또한 특검팀은 지난 4월 함상훈·이완규 후보자 지명 과정에서 인사 검증 절차를 제대로 거치지 않은 혐의로 한 전 총리와 정진석 전 비서실장, 김주현 전 민정수석, 이원모 전 공직기강비서관 등을 직권남용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특검팀은 이들이 인사 검증을 담당할 실무진의 직무권한을 침해했다고 판단했다.
이른바 ‘안가회동’ 관련 위증 의혹과 관련해서는 이완규 전 법제처장을 국회증언감정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이 전 처장은 국회에서 “박성재 전 장관, 김주현 전 수석,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외에 다른 사람은 없었다”고 진술했지만 당시 대통령실 법률비서관이던 한정화 비서관이 회동에 참석한 사실이 중앙일보 보도로 드러난 바 있다.
이밖에 특검팀은 한 전 총리의 내란우두머리 방조 혐의 재판에서 허위 증언을 했다는 의혹으로 최 전 부총리를 위증 혐의로 추가 기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