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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형배 "휴먼 에러면 휴먼 고쳐야"…김선수, 대법관 12명 증원 주장

중앙일보

2025.12.11 01:41 2025.12.11 1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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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형배 전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11일 서울 서초구 법원종합청사에서 열린 '국민을 위한 사법제도 개편' 공청회 종합토론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대법원
문형배 전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대법원 주최 공청회에서 “휴먼 에러(human error)가 있으면 휴먼을 고쳐야지, 시스템을 고쳐서는 안 된다”며 재판소원 반대 입장을 밝혔다. 그는 “분노는 사법개혁의 동력이 될 수는 있지만 내용이 될 수는 없다”며 더불어민주당이 사법 개혁의 정당성을 확보해야 한다고도 했다. 진보 성향인 김선수 전 대법관은 11일 대법원 주최 ‘국민을 위한 사법제도 개편 공청회’ 종합토론에 참석해 민주당의 대법관 12명 증원안에 찬성 입장을 밝혔다.




문형배 “재판소원, 위헌 소지…사건 폭증할 것”


 11일 서울 서초구 서울법원종합청사에서 '국민을 위한 사법제도 개편' 공청회가 열리고 있다. 이날 김선수 전 대법관이 좌장을 맡고 문형배 전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 박은정 이화여자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전 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 심석태 세명대학교 저널리즘대학원 교수(전 SBS 보도본부장), 조재연 전 대법관(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석좌교수, 차병직 법무법인 클라스한결 변호사(법률신문 편집인)가 토론에 참석했다. 연합뉴스
문 전 대행은 재판소원이 “실질적 4심제로 흘러 국민에게는 사건 처리 지연과 소송비용 증가를, 헌재에는 업무 과부하를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대한민국 헌법은 헌재를 유일한 최고법원으로 규정하고 있지 않다”며 위헌 소지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신 “헌재의 한정위헌 결정을 법원의 재심사유로 인정하는 헌재법 개정안을 건의한다”고 했다. 한정위헌이란 법률 자체는 합헌이지만, 특정한 방식으로 법을 해석·적용하는 것은 위헌이라고 보는 헌재의 결정이다.

조재연 전 대법관도 “재판소원이 허용되면 헌재도 대법원이 겪고 있는 문제(사건 폭증)과 비슷한 문제에 직면할 것”이라며 “헌재에 가기 위해서는 대법원을 거쳐야 하므로 대법원 사건 증가로도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선수 “법원, 침몰 직전 난파선”…문형배 “尹선고 후 재논의해야”

김선수 전 대법관이 11일 서울 서초구 법원종합청사에서 열린 '국민을 위한 사법제도 개편' 공청회 종합토론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대법원

문 전 대행은 사법제도 개편을 내란 재판과 연결지어서는 안 된다며 선고 후 제도 개선을 재논의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분위기를 차분하게 한 뒤에야 차분하게 논의되는 것이지, 휴먼 에러와 시스템 에러를 섞어 놓은 상태에서 제대로 논의될 수 없다. 분리시켜야 한다”고 했다. 문 전 대행은 마무리 발언에서 “분노는 사법개혁의 동력이 될 수 있지만 내용이 될 수는 없다. 여당이 국회의 과반수 의석을 가지고 있는 한 사법개혁을 실현할 수 있는가, 그리고 정당성을 확보하고 있는가가 문제”라고 했다.

김선수 전 대법관은 “법원이라는 배가 지난 3·7 (윤석열 전 대통령) 구속취소 결정과 5·1 (이재명 대통령 선거법 사건)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로 거대한 암초를 들이받고 좌초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바닥의 구멍을 때우는 등 수리할 것은 수리하고 또 개혁할 것은 개혁해서 국민의 신뢰라는 부력을 되찾을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아야 한다”고 했다. 문 전 권한대행도 “비상계엄이 1년이 지났는데도 내란 사건이 한 사건도 선고되지 않았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윤 전 대통령 구속취소 결정에 대해서도 “국민의 불신을 자초했다”고 했다.

내란특별재판부 설치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렸다. 차병직 변호사는 “법안의 수정·보완이 문제가 아니라 설치 자체가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이어 “그보다 더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는 것은 법왜곡죄다. 국가보안법 같은 ‘정치 형법’이 하나 더 탄생하는 것”이라고 했다. 반면 김 전 대법관은 “불신을 극복하기 위해 법원이 먼저 적극적으로 내란전담재판부 등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했다.



文 8명, 金 12명 “대법관 점진적 증원”


11일 서울 서초구 법원종합청사에서 열린 '국민을 위한 사법제도 개편' 공청회에서 종합토론이 열리고 있다. 사진 대법원
이날 가장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진 건 대법관 증원 문제였다. 김 전 대법관과 문 전 대행은 각각 대법관 12명·8명 증원안에 찬성 입장을 밝혔다. 문 전 대행은 상고심사제 도입을 전제로 대법관 8명의 단계적 증원을 제안한다고 했다. 김 전 대법관도 “대법관 12명 증원안에 찬성한다”며 “시기도 3년에 걸쳐 4명씩 12명 증원에 동의한다”고 했다. 그는 “대법관 증원과 하급심 강화는 배치되는 게 아니라 동시에 이뤄질 수 있다”고도 했다.

다른 참가자들 사이에서는 증원이 점진적으로 소폭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했다. 조재연 전 대법관은 “25명이 참여하는 전원합의체는 단순 다수결 투표가 될 가능성이 크다”며 “필요하다면 우선 4인을 증원하는 방안을 제안한다”고 했다. 박은정 이화여대 로스쿨 명예교수는 “늘린다면 점진적으로 상고심사부를 담당할 수 있는 정도로 나아가면 될 것”이라며 “그렇다더라도 하급심 강화와 병행해야 한다”고 했다. 심석태 세명대 저널리즘대학원 교수는 “환자들이 서울대병원을 가고 싶어한다고 해서 서울대 병원을 2배, 3배를 만들지는 않는다”며 회의적인 시각을 보였다.




방청석 앉은 이용우 전 대법관 “삼권분립 파괴” 호소


이용우 전 대법관이 11일 서울 서초구 법원종합청사에서 열린 공청회에서 질의응답 시간 기회를 얼어 발언하고 있다. 사진 대법원 유튜브 캡처
법조계 원로 인사들도 이날 공청회를 찾았다. 방청석에 앉은 이용우 전 대법관은 “삼권분립과 사법부 독립은 자유민주주의의 요체”라며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이 전 대법관은 질의응답 시간에 발언 기회를 얻은 뒤 스스로를 ‘사법시험 2회 이용우 변호사’라고 소개했다. 이 전 대법관은 1998년 서울지방법원장을, 1999~2005년 대법관을 역임했다.

그는 “사법부의 나아갈 길에 대한 저의 소신을 후배 법관들에게 전하기 위해 이 자리에 왔다”고 했다. 이어 “오늘날 우리 정치권에서 삼권분립을 파괴하려는 위헌적 입법이 시도되고, 법관들의 재판을 특정 방향으로 이끌기 위해 노골적인 협박과 모욕주기 등의 행태가 공공연히 자행되고 있다”며 “대한민국 역사상 일찍이 보지 못했고, 상상하지도 못했던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법원을 향해 “사법부 독립은 3000여 법관들 각자가 그들의 재판에서 용기와 사명감으로 지켜냄으로써 확보할 수 있다”며 “법원 행정당국은 법관들이 사법부 독립을 지켜내는 재판을 할 수 있도록 내부적·외부적 환경을 조성하는데 온 힘을 기울여야 한다”고 했다. 그는 “법원의 선배로서 전국 모든 법원 구성원에게 피 끓는 심정으로 호소한다”고 했다.



최서인([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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