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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묘 인근 빌딩 규제하려는 정부에 서울시 정면 반박…“강북 죽이기”

중앙일보

2025.12.11 02:11 2025.12.11 1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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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묘 정전의 모습. 정전 뒤는 창경궁이므로 고층건물이 들어서지 않는다. 문소영 기자
서울 종로구 종묘 앞 세운지구 재개발을 놓고 서울시와 정부가 또다시 맞붙었다. 국가유산청이 지난 10일 법을 개정해 종묘 인근 개발을 규제하겠다고 하자, 서울시는 과잉·중복 규제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국가유산청의 개정안대로라면 세운지구뿐 아니라 성북구 장의뉴타운, 이문뉴타운 등 서울 시내 세계유산 7곳 인근의 정비사업이 난항을 겪게 된다고 주장한다.

서울시는 11일 국가유산청의 ‘세계유산법 시행령 개정안’ 입법예고를 정면 반박하는 입장문을 냈다. 서울시는 “세계유산 보존 취지에는 공감한다”면서도 “기존 도시계획 체계와 충돌하는 ‘과잉 중복 규제’이자 사실상 중앙정부의 ‘사전허가제’에 해당한다”고 비판했다.

특히 서울시는 “세계유산 반경 500m 내 세계유산영향평가 의무화를 규정한 국가유산청의 이번 개정안은 ‘강북 죽이기 법’”이라고 했다. 세계유산 인근에 있는 정비사업지가 38곳인데, 대부분이 강북에 있기 때문이다.
자료: 서울시
가장 영향을 많이 받는 자치구는 성북구다. 장위 11·15구역 등 22개 정비 사업장이 정릉 인근에 있다. 종묘·창덕궁은 종로구 6개, 중구 4개의 사업장에 영향을 미친다. 태릉·강릉이 있는 노원구와 의릉이 있는 동대문구, 선정릉·헌인릉이 있는 강남구 구룡마을도 영향을 받게 된다.

이번 규제 신설로 광범위한 지역이 묶이게 되면서 주택 공급 지연, 투자 위축 등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 서울시의 우려다. 재정비를 기다려온 주민들의 재산권이 직접 침해될 수 있고, 이미 진행 중인 재개발·재건축은 지연 기간 발생하는 이자·공사비 증액분이 추가 분담금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국가유산청과 갈등 커지는 서울시

종묘 정전에서 바라본 경관 시뮬레이션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서울시]
이른바 종묘대전(大戰)은 서울시가 지난 10월 종로구 종묘 앞 세운4구역을 종로변 98.7m, 청계천변 141.9m로 개발하는 정비계획안을 고시하면서 불이 붙었다. 국가유산청은 서울시의 고층 개발이 종묘 경관을 해친다며 유네스코 세계유산영향평가(HIA)를 받으라고 즉각 나섰다.

이를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겠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허민 국가유산청장은 10일 종묘 주변 개발계획 관련 HIA를 받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내용의 ‘세계유산의 보존·관리 및 활용에 관한 특별법’(세계유산법) 시행령 개정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시행령 개정안은 유산영향평가의 대상 사업, 평가 항목, 절차 등을 담아 2026년 1월께 공포할 예정이다.
국가유산청이 공개한 '종묘 경관 훼손' 관련 가상이미지. 세운4구역에 최고 145m 높이의 건물이 들어섰을 때 종묘 상공에서 바라본 모습을 이미지화한 것이다. [사진 국가유산청]
“행정 편의적 이중 규제 ” 정부에 반발
오세훈 서울시장이 서울 종로구 세운재정비 촉진지구를 둘러보고 있다. [사진 공동취재단]
또 문화유산을 보호하기 위해 지정한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 바깥에서 진행되는 공사라도 문화유산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고 판단되면 필요한 조치를 할 수 있게 하는 법적 기반도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은 유산의 외곽 경계로부터 500m 이내에서 시·도지사가 국가유산청장과 협의해 조례로 정하는데, 서울은 100m로 설정되어 있다. 세운4구역은 종묘 담장으로부터 173m가량 떨어져 있어 현재 기준에선 협의 대상이 아니다.

하지만 앞으론 이 범위를 넘어서도 규제를 하겠다는 국가유산청의 조치에 서울시는 “행정 편의적인 이중 규제로, 헌법상 과잉금지의 원칙에도 어긋난다”고 반박하고 있다. 특히 “세운4구역과 같이 적법한 절차를 거쳐 정비계획 고시된 사업에 새로운 규제를 소급 적용하는 것은 법률상 신뢰보호 원칙을 훼손하는 행위이고 절대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민경 서울시 대변인은 “특정 문화재를 세계유산으로 지정하면 주변 지역 낙후를 초래한다는 인식은 장기적으로 유산 보호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보다 합리적인 제도 개선이 이뤄지도록 요구하겠다”고 말했다.





문희철([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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