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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서 희토류 구합니다”…국내 기업들, 공급망 확보전

중앙일보

2025.12.11 07:01 2025.12.11 1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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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세진 자원 무기화

호주 라이너스(Lynas)사가 마운트웰드 광산에서 생산한 희토류 광물이 담긴 병들. [로이터=연합뉴스]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가 장기화하면서 국내 기업들이 공급망 다변화에 사활을 걸고 있다. 희토류 생태계를 사실상 장악한 중국이 ‘자원 무기화’에 나선 상황에서 새로운 공급처 확보에 실패할 경우 고사할 위기에 놓이기 때문이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대구 소재 영구자석 생산기업 성림첨단산업은 최근 호주 희토류 생산기업 A사와 계약을 맺고 호주산 희토류 2000t을 수년간 공급받기로 했다. 말레이시아에서 정련·가공을 거쳐 국내에 들여오는 해당 희토류에는 전기차 모터용 영구자석 생산에 필수적인 경(輕)희토류 네오디뮴(Nd)은 물론 최근 중요성이 커진 디스프로슘(Dy), 터븀(Tb) 등 중(重)희토류도 포함됐다.

성림첨단산업은 이 희토류로 제조한 영구자석을 유럽 완성차 업체에 납품하는 수천억원대 계약도 최근 체결했다. ‘호주(채굴)→말레이시아(정련·가공)→한국(영구자석 제조)→유럽(전기차 제조)’으로 이어지는 새로운 글로벌 공급망이 구축된 것이다.

성림첨단산업이 생산해 대기업에 납품하는 희토류 사용 영구자석. [사진 성림첨단산업]
성림첨단산업뿐만 아니라 영구자석을 연구·개발 중인 중소기업들도 중국 이외의 조달처를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의 수출 규제가 장기화하고 있어 공급망 다변화는 살길을 모색하기 위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올해 4월 4일부터 사마륨·가돌리늄·터븀·디스프로슘·루테튬·스칸듐·이트륨 등 중희토류 7종에 대해 수출 시 정부 허가를 의무화했다. 표면적으로는 무역전쟁의 상대국인 미국을 겨냥했지만, 허가제 특성상 한국·일본 등 주요 영구자석 생산국 모두 타격을 받고 있다.

박경민 기자
중희토류는 중국 의존도가 97%에 달해 대체 생산국을 찾기 어렵다. 중국 의존도가 70%로 베트남 등에서 대체 가능한 경희토류보다 중요성이 크다. 중희토류는 영구자석 제조 과정에서 약 10% 비중으로 첨가돼 내열성과 자성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 업계 관계자는 “규제 이전에는 1~2주면 t단위로 수급됐지만 지금은 4~5개월이 걸리고 물량도 수백 ㎏ 수준으로 줄었다”고 전했다.

중국은 11월 8일 시행될 예정이던 희토류 설비 수출 제한은 미·중 정상회담을 계기로 1년 유예했지만, 희토류 자체의 수출 제한은 유지하고 있다. 중소기업뿐만 아니라 현대차그룹도 희토류 비축에 나서고 있지만, 수출 통제 이전만큼 안정적인 물량을 한번에 들여오기는 쉽지 않다고 한다.

이에 정부가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에 따르면 중국의 희토류 매장량은 2023년 기준 4400만t으로 세계 1위지만, 베트남(2200만t)·브라질(2100만t)·러시아(1000만t) 등도 상당한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다. 미국 역시 180만t의 매장량을 갖고 있다. 그러나 이명박(MB) 정부 시절 ‘자원외교’ 실패의 후폭풍으로 해외 광산 개발에 정부가 소극적이라는 지적이 많다.

일본 정부는 2023년 세계 2위 희토류 생산기업인 호주 라이너스(Lynas)에 2억 호주달러를 투자해 장기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올해 3월에는 프랑스 카레스테르(Carester)에 1억 유로를 투자해 2027년부터 희토류를 공급받기로 했다. 현재 일본의 중국산 희토류 의존도는 60~70%로 2010년 90% 대비 감소했다.

김태훈 한국재료연구원 박사는 “개별 기업이 해외 광산 확보에 나서기엔 한계가 있는 만큼, 정부가 직접 해외 정부·기업과 접촉해 길을 열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김효성([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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