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기준금리가 3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내려왔다. 연방준비제도(Fed)가 10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하면서다. 지난 10월부터 세 차례 인하로 미국 정책금리는 연 3.5~3.75%로 낮아졌다. 한국(연 2.5%)과의 금리 격차는 상단 기준 1.25%포인트로 좁혀졌다.
Fed가 금리 인하를 택한 것은 인플레이션(물가 상승)보다 고용 악화에 더 주목하면서다. 제롬 파월 Fed 의장은 “노동 수요는 명확하게 둔화하고 하방 위험도 확대됐다”며 “최근 일련의 (3연속) 금리 인하가 노동시장 안정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달리 물가는 다소 높지만, 장기 인플레이션 기대는 Fed 목표 수준(2%)에 근접했다고 평가했다.
이날 인하는 시장 예상에 부합했다. 정작 시장의 시선을 끈 것은 파월 의장의 온건한 발언이었다. 그는 예상보다 매파적(통화 긴축 선호) 색채를 덜 드러냈고, 현재 미국 기준금리가 경제를 과열시키지도 둔화시키지도 않는 ‘중립’ 수준에 들어섰다고 봤다. 그는 “현재 금리 수준은 향후 경제 흐름을 지켜볼 좋은 위치에 있다”면서도 “금리 인상으로 전환은 기본 시나리오로 생각하지 않는다”며 통화 긴축 가능성에 대해선 선을 그었다.
은행권 지급준비금 관리를 위한 단기국채 매입도 눈길을 끌었다. 우선 Fed는 오는 12일부터 400억 달러(약 59조원) 규모의 단기 국채를 매입할 계획이다. 이는 장기 국채를 대규모로 사들여 경기를 부양하고 장기금리를 낮추려는 양적완화(QE)와는 다르다는 게 Fed 설명이다. 시장에선 Fed가 국채를 매입하는 순간 유동성이 풀리는 만큼 완화 신호로 해석했다. 글로벌 투자은행 씨티그룹은 “자산 매입 규모가 예상보다 컸고, 정책결정문 전반에서 매파적 ‘서프라이즈’는 없었다”고 평가했다.
향후 금리 경로는 여전히 안갯속이다. 이날 공개된 점도표(Fed 위원의 금리 전망)에 따르면 내년 기준금리 중앙값은 연 3.4%, 2027년은 연 3.1%로 9월 전망과 동일하다. 달라진 것은 Fed가 적어도 매년 한 차례씩 추가 인하에 나설지가 불투명하다는 점이다.
Fed 내부에선 불협화음이 커지고 있다. 이번 FOMC에서는 0.25%포인트 인하 결정에 3명의 반대표(2명 동결, 1명 0.5%포인트 인하)가 나왔다. 2019년 이후 처음이다. 점도표에서도 전체 19명의 위원(투표권 비보유자 포함) 중 7명이 ‘내년엔 금리 인하가 필요하지 않다’고 제시했다. 특히 파월 의장 후임으로 ‘친트럼프’ 성향의 케빈 해싯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이 지명될 경우 인하 압박은 더 커지면서 Fed 내부 분열은 증폭될 수 있다.
한국은행은 다소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미국과의 금리 격차가 줄면 더 높은 금리를 찾아 해외로 떠나는 ‘자본유출’ 압력이 낮아져 통화정책 여력이 생기기 때문이다. 하지만 상당수 전문가는 내년 1월 한은이 ‘동결’을 택할 것으로 전망했다. 강민주 ING 수석이코노미스트는 “한은은 부동산과 환율이 모두 안정되고 있다는 확실한 신호가 켜져야 인하를 고려할 것”이라며 “내년 말까지 현행 금리를 유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날 미국 달러당 원화값은 서울 외환시장에서 전날보다 2.6원 내린(환율 상승) 1473원에 마감했다. 코스피도 미국 기준금리 인하 소식에 장 초반 상승했다가 0.59% 하락한 4110.62에 거래를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