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망법(망법) 개정안, 일명 ‘허위조작 정보 근절법’이 여당의 일방 추진으로 그제(10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를 통과했다. 언론사 등이 불법 및 허위조작 정보를 고의로 유통할 경우 최대 5배까지 징벌적 손해배상 책임을 묻겠다는 내용이 골자다. 피해 구제의 실효성 강화라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언론 자유에 대한 중대한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재고해야 마땅하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정치인, 고위 공직자, 대기업 등 공적 영향력이 큰 주체를 징벌적 손해배상 청구 권한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언론계와 시민단체의 요구를 끝내 외면했다는 점이다. 이대로라면 압도적 자원과 권력을 쥔 이들이 언론과 유튜버 등을 상대로 막대한 배상 소송을 남발할 위험이 농후하다. ‘전략적 봉쇄 소송(SLAPP)’, 이른바 ‘입막음 소송’이 급증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개정안은 법원이 이러한 소송을 조기 각하할 수 있도록 하는 ‘전략적 봉쇄소송 방지 특칙’을 두기로 했으나 실효성이 의심받고 있다.
더욱이 개정안은 허위 보도의 ‘악의’를 사실상 추정하는 구조다. 여당이 추진했던 ‘입증 책임 전환’이라는 표현은 빠졌지만, 악의를 추정할 수 있는 요건을 나열해 이를 배상액 산정에 반영하도록 한 것은 여전하다. 언론사 등이 공익성과 선의를 충분히 소명하지 못하면 고스란히 법적 책임을 져야 할 수도 있다. 악의가 아니라는 입증 부담을 언론에 넘기는 꼴이다. 미국에서는 정치인 등 공인이 언론을 상대로 제소할 때 원고가 언론의 ‘실질적 악의’를 입증해야 한다. 또한 전략적 봉쇄 소송으로 판정받을 경우 소송 비용까지 전액 보상하도록 하는 ‘안티슬랩(anti-SLAPP)’법까지 있어 우리와 대조적이다.
제도권 언론에 대한 이중 규제 문제도 심각하다. 언론사는 이미 언론중재법에 따라 정정보도·반론보도·손해배상 책임을 지는데, 여기에 망법상 징벌적 배상까지 더해지게 된다. 반면에 언론사로 등록하지 않은 유튜브 채널은 망법만 적용받는다. 투명성을 위해 제도권으로 들어온 매체가 오히려 더 강한 규제를 받는 역설적 상황이 발생한다. ‘악의적인 허위조작 정보’의 범위를 지나치게 넓게 규정함으로써 행정기관의 심의 권한 및 국가 중심의 규제를 강화한 것은 언론 자유의 본질적 영역을 침해하는 발상이다.
표현의 자유는 민주주의가 보장하는 자유 중에서도 가장 핵심에 속한다. 민주주의 가치를 앞세우는 여당이 이런 핵심적 자유를 제약하는 법을 추진하면서 충분한 공청·숙의도 없이 밀어붙인 것은 납득하기 힘들다. 법은 권력을 보호하는 방패가 아니라 권력을 감시하는 언론과 시민의 권리와 자유를 지키는 보루가 돼야 한다. 여당은 지금이라도 이 법안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