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닫기

대만 진보 정권의 '3친 정책' 10년, 오늘날 TSMC 만들었다 [신 재코타 시대]

중앙일보

2025.12.11 12:00 2025.12.11 12:40

  • 글자크기
  • 인쇄
  • 공유
글자 크기 조절
기사 공유
대만 경제 부활의 시발점으로 평가받는 건 차이잉원 총통의 당선으로 민주진보당이 보수정당을 누르고 재집권에 성공한 2016년이다. 이후 민진당은 한 번도 정권을 내주지 않았다. 이 10년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3친(친성장∙친시장∙친기업)’으로 요약할 수 있다.
대만 TSMC 본사 앞에 걸린 대만 국기가 회사 사기와 함께 펄럭이고 있다. 연합뉴스
민진당은 진보는 성장보다 분배를 중시한다는 통념을 깨고 집권 초기부터 기업 친화적 환경 조성에 초점을 맞췄다. 타이난 남부과학단지 개발 사업이 대표적인 사례다. 보수정당 집권기 세워진 계획이었지만 민진당은 정권 교체와 무관하게 전폭적으로 지원하며 개발 속도를 끌어올렸다. 이후 이 프로젝트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1위 기업 TSMC가 세계 시장을 호령하는 압도적 생산 능력을 갖추는 배경이 됐다.

진보정부의 지지 기반인 노동계의 반발을 사는 정책도 있었고, 특정 기업에 특혜를 주는 것이란 비판도 적지 않았지만 민진당은 기업 성장이 국가 경제 부흥의 첫 단추라는 원칙 하에 과감히 밀어붙였다. 2017년 반도체 등 첨단 산업의 특성을 고려해, 노사 합의 시 하루 최장 12시간까지 근무할 수 있도록 근로법을 개정했다. 2022년에는 첨단 기업의 연구개발(R&D) 비용 세액공제율을 15%에서 25%로 올리는 내용 등을 담은 대만판 반도체법을 통과시켰다.

극심한 가뭄이 이어지던 2022년 농업용수를 TSMC에 우선 공급하도록 공장 인근 주민을 차이잉원 총통이 직접 설득한 일, 반도체 업계가 인력 부족을 호소하자 1년이 아닌 6개월마다 대학이 반도체 전공 신입생을 뽑도록 바꾼 일 등도 상징적인 사건으로 꼽힌다.


기업 환경도 대만이 한국을 앞선다. 법인세율부터 20%로 한국(25%)과 격차가 크다. 한국처럼 지방소득세를 10% 추가로 부과하지 않기 때문에 실제 부담은 더 작다. 상속세 최고세율은 2009년 한국과 같은 50%에서 10%로 확 낮춘 뒤 같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주요 산업단지에는 금융·전력 등에 관한 패키지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상대적으로 온건한 노조도 기업의 원활한 활동을 돕는다는 평가다.


대만 진보정부의 10년은 한국 경제에 주는 메시지가 크다. 2016년 차이잉원의 취임사에는 ‘경제’라는 말이 31번이나 등장한다. 이재명 대통령도 취임사에서 민생경제 회복과 경제 살리기를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실용주의를 강조하는 대목도 닮았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대만의 성공 방정식은 성장이 있어야 사회적 정의 실현도 가능하다는 인식에서 출발한다”며 “한국도 이념에 기반을 둔 정책에 집착하지 말고, 경제 불확실성과 구조적 어려움 등을 고려해 유연하게 대처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원석([email protected])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