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4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 전당. 임윤찬 피아니스트의 라벨 피아노 협주곡 G장조 2악장 독주에 온 객석이 몰입하던 그 때, 갑자기 웬 남성의 목소리가 크게 들려왔다. 소음은 30초간 지속됐고 임윤찬 피아니스트가 고개를 들어 객석을 보기까지 했다고 한다. 역대 최악의 ‘관크(觀+critical, 다른 관객의 관람을 치명적으로 방해하는 행위)’. 범인은 한 관객의 스마트폰에서 재생된 유튜브 영상이었다.
휴대전화 ‘진동모드’로 공연장 예절을 지키던 시절은 지났다. 생각지 못한 빛과 음향, 각종 앱의 영상 자동 재생까지 미리 제어해야 한다. 클래식·뮤지컬·발레 등 공연 일정이 빼곡한 연말, 관크 주범이 되지 않으려면 반드시 숙지해야 할 기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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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동 모드’ 왜 소용없나
과거 휴대폰 음향은 전화·문자 수신과 버튼 누를 때 나는 소리 정도여서, 공연 전 벨소리를 진동 또는 무음으로 하면 됐다. 그러나 ‘진동모드’가 없애는 건 휴대전화 벨소리와 버튼 소리 같은 ‘시스템 음향’일 뿐이다. 기존 설정된 알람은 여전히 울리며, 유튜브·숏츠 등 소리도 저절로 소거되지 않는다.
더구나 ‘유튜브 프리미엄’서비스는 앱을 닫아도 영상이 멈추지 않는 ‘백그라운드 재생’ 기능이 있다. 다급히 유튜브 앱을 닫거나 스마트폰 화면을 꺼도 소리가 계속 난다. 요새는 각종 쇼핑 앱에서 숏폼 영상(짧은 영상)이 자동 재생돼, 별생각 없이 앱을 열었다가 갑자기 큰 소리가 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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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럭시 ‘영화관 모드’, 아이폰 ‘단축어 앱’
삼성전자 갤럭시 스마트폰에는 이를 사전에 방지하는 ‘영화관 모드’ 기능이 있다. 벨소리와 화면 밝기, 영상 음향, 알람 소리 등을 미리 지정해두면, 공연 때마다 터치 한 번으로 적용할 수 있다.
갤럭시 스마트폰에 기본 탑재된 톱니바퀴 모양의 ‘설정’ 앱을 눌러 ‘모드 및 루틴 〉영화관’에서 설정할 수 있다. 기본 항목인 ‘다크모드 / 소리모드와 음량 / 디스플레이’ 외에 ‘다른 동작 〉동작 추가’를 선택해 ‘미디어 음량’도 0으로 해 둬야 ‘유튜브 갑작 재생 관크’를 막을 수 있다. 갤럭시 워치에서 나는 소리와 화면 켜짐 등도 없애도록, 여기에서 함께 설정할 수 있다.
대신 이렇게 한 번 설정해두면, 다음번부터는 스마트폰 화면을 위에서 아래로 쓸어내려 ‘모드’에서 ‘영화관’을 누르기만 하면 갤럭시 폰과 워치에 즉시 적용된다.
애플 아이폰에는 별도의 영화관 모드는 없다. 다만 해당 기능을 만들어 쓸 수 있다. 기본으로 깔린 ‘단축어’ 앱에 들어간 뒤 음향과 화면 밝기 등을 설정해 ‘극장 모드’ 등으로 저장해 뒀다가 적용하면 된다. 반면, 애플 워치에는 해당 기능이 있다. 가면 모양의 ‘극장 모드’를 눌러 워치가 내는 소리·빛을 한 번에 없앨 수 있다.
통제 안 된 휴대전화가 공연을 망치는 일이 빈발하자 공연계에서 아예 '공연장 전파를 차단하자'는 주장도 나온다. 물론 가장 확실하고 쉬운 방법이 있다. 공연 전 휴대전화 전원을 끄는 것이다. 공연 관람 에티켓의 기본은 타인에 대한 배려에서 출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