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대전·충남 통합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 8일 김민석 국무총리와 주례 오찬회동에서 “관련 부처와 협의해서 대전·충남 행정통합 특별법에서 특례조항이 어떤 게 가능할지 조율해보라”고 지시했다고 여권 관계자가 11일 밝혔다.
이 대통령은 “국회에 발의돼 있는 특별법엔 일부 너무 과한 특례도 있으니, 어떤 부분이 가능하고 어떤 부분은 불가능한지 검토해보라”는 지시도 했다고 한다. 국회엔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이 대표발의한 대전·충남 행정통합 특별법안이 행정안전위원회에 회부돼 있다. 법안엔 대전충남특별시가 징수하는 양도소득세 전부를 중앙정부가 아닌 대전충남특별시가 가져갈 수 있는 특례 등이 담겨 있다.
이 대통령 지시에 따라 국무조정실은 검토 작업에 착수했다. 국조실 고위 관계자는 “특례라는 건 각 부처마다 검토를 해야 하고, 그 의견을 취합한 뒤에 만들어야 한다”며 “국회에 발의돼 있는 특별법안은 그 과정이 없었기 때문에 이제 각 부처와 지방자치단체의 의견을 듣는 작업부터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법안 성안을 위해서 어떤 것부터 해야하는지 알아보는 단계”라고 덧붙였다.
이 대통령은 지난 5일 충남 지역 타운홀미팅에서 “대전·충남을 모범적으로 통합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갖고 있다”라고 말하며 대전·충남 통합 추진을 공식화했다. 지난 8일 열린 지방시대위원회 업무보고에서는 특례 조항 조정에 대한 얘기도 나왔다. 김경수 지방시대위원장이 “김태흠 충남지사도 타운홀미팅 때 여쭤보니 ‘(특례 조항을) 조정해야 한다’고 말씀하셨다”고 설명하자, 이 대통령은 “‘그거 아니면 안 해’ 이러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그건 아니라니 다행”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 대통령의 지방 분권에 대한 의지는 강하다”며 “지역 균형 성장 공약인 ‘5극 3특’(5대 초광역권, 3대 특별자치도)을 실현하기 위해 가장 실현 가능성이 높은 시작점을 대전·충남 통합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이 대통령은 내년 지방선거 전에 대전·충남 통합을 하려는 의지도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다만 여당 내 반대가 작지 않다. 박정현 민주당 대전시당 위원장은 “주민과의 충분한 공감대 없이 이뤄지는 통합은 절차적 정당성이 부족하다”며 반대 뜻을 밝혔다. 대전을 지역구로 둔 한 민주당 의원은 “대전·충남 통합은 국민의힘이 주도했던 이슈여서 아직 민주당 내에선 의견을 모아보지 않았다”고 말했다. 대전·충남 통합은 국민의힘이 주도해왔다.
이 대통령은 직접 나서서 대전·충남 의원들의 의견을 들어보고, 설득도 할 계획이다. 대통령실은 대전·충남을 지역구로 둔 민주당 의원들을 조만간 대통령실로 초청해 이 대통령과 대화하는 자리를 만드는 것을 추진하고 있다. 민주당 충청권 의원들은 12일 저녁에 만나 대전·충남 통합에 대한 의견을 공유할 예정이라고 여권 관계자는 전했다.
한편 11일 세종시 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기획재정부 등 부처 업무보고에서 이 대통령은 강훈식 비서실장에게 “고향에 왔는데 한 말씀, ‘훈식이형’(강 실장) 땅 산 것 아녀(‘아니냐’의 충청도 사투리)”라고 농담을 건넸다. 강 실장은 충남 아산 출신으로 아산을에서 3선 의원을 했다. 강 실장은 내년 6·3 지방선거의 충남지사 후보군에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