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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정부 대한민국의 전략, 누구와 연대해 어떤 국제질서 지향할까 [Focus 인사이드]

중앙일보

2025.12.11 12:00 2025.12.11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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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정부 출범 후 어느덧 반년이 지났다. 국가안보전략서와 국방전략서 등 국가의 전략적 방향성을 명확히 제시할 문서를 발간해야 할 시점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11월 23일(현지시간) 20개국(G20) 정상회의 제3세션이 열린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 나스렉 엑스포센터에 입장하고 있다. 연합

우리 정부는 출범하자마자 숨 고를 틈도 없이 다자회의와 국가 정상들과의 만남 속에서 국익이라 생각된 것을 챙기기에 바빴다. 전체를 아우를 수 있는 방향성을 찾을 겨를이 부족했다. 이제 각론별 대응 간 서로 모순을 최소화될 수 있도록 하는 방향에서 우리의 국익과 세계에 대한 기여가 균형을 찾을 수 있는 국가적 총론을 제시할 차례다.

총론이 될만한 국가안보전략서를 쓰기 위해, 이재명 정부는 적어도 두 가지 질문에 대한 답을 반드시 도출해야 한다. 첫째, 어떤 국제질서를 지향할 것인가? 둘째, 누구와 연대할 것인가? 쉽게 답할 수 있을 것 같은가? 전혀 그렇지 않다.

이 두 질문은 최근 국제정치에서 자주 등장하는 두 가지 용어와 각각 관련이 있다. ‘다극화’와 ‘다자주의’다. 각 질문에 대해 다룬 글을 두 번에 나누어 게재하고자 한다.



한국은 어떤 국제질서를 지향할 것인가?




자유주의적 국제질서, 규칙 기반 국제질서, 미국 우위의 질서…. 예전엔 마치 동의어처럼 여겨지던 이 표현들은 더 그렇지 않다. 자유주의적 국제질서는 규칙 기반의 국제질서 중 특정 규칙에 기반한 질서일 뿐이며, 적어도 현재 시점에서 미국 우위의 질서란, 특정 규칙에 기반하기보다 거래에 기반하고 있다.

중국 채팅 앱에서 고객이 여행사에 "일본에 가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보내는 모습.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대만 사태 개입 발언 후 양국 관계가 악화했다. 로이터=연합

그러면 한국은 어떤 질서가 형성하기를 바랄 것인가? 중국을 비롯한 야심 찬 국가들은 이때를 기회 삼아 각자 조금씩 다른 대안적 국제질서를 제시하고 있는데, 이는 대체로 ‘다극화’를 지향한다. 그리고 그 방향을 주도하려 하거나, 그 방향에 노력을 보탠다.



다극화를 지향하는 국가들


시진핑 중국 주석은 2013년 다극 세계 지향에 관하여 ‘인류운명공동체’ 개념을 처음 제시했고, 이후 해당 개념을 달성하려고 여러 구상을 내놓았다. 특히 2025년 9월 상하이협력기구플러스(SCO+)에서는 ‘글로벌 거버넌스 이니셔티브(Global Governance Initiative, GGI)’를 발표하면서, 미국 주도의 질서에 대한 강한 개혁 의지를 드러냈다.

지난 5일(현지시간) 인도 뉴델리에서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오른쪽)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맞이하고 있다. 두 정상은 각각 도널드 트럼프의 우크라이나 평아안 제안과 미국의 러시아 원유 수입 금지 요청을 거절한 뒤 이날 회담했다. AFP=연합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2024년 11월 열린 발다이 클럽에서 ‘다극’은 이미 현실이며, 이로부터 ‘다중심(polycentric)’, 더 나아가 (중심 세력조차 없는) ‘다성적(polyphonic)’ 세계질서로 나아갈 것을 주장했다. 인도의 나렌드라 모디 총리는 2025년 7월 브릭스(BRICS) 회의에서 “다극적이고 포용적인 질서”를 지향한다고 발언했다.

심지어 북한도 자국이 원하는 세계는 ‘다극세계’며, 그 건설에 기여하겠다는 뜻을 밝혀왔다. 특히 2024년 6월 러시아와의 조약에서도 “국제관계에서의 국제법 우위에 기초한 다극화된 국제적인 체계를 수립”하기 위한 협력 의지를 선언한 바 있다. 또한 이후 여러 외교적 기회에 다극화한 세계 건설에 대한 지지를 적극 피력하고 있다.

한편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2023년, 유럽이 ‘제3의 극’이 되어야 한다는 주장을 해서 적잖은 논란을 일으켰다. 이는 다극화를 지향한 표현으로서, 당시 그는 대만 문제 등에 연루돼 미·중 간의 갈등에 치이기보다, 그럴 시간에 전략적 자율성을 기르기 위한 발전을 추구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다극화를 거부하는 국가들


반면 프랑스와 달리, 서방의 민주주의 국가들은 대체로 다극화를 반기지 않고, 지향하지도 않는다. 며칠 전 공개된 미국의 국가안보전략서(NSS)는 미국이 다시는 세계 전체를 떠받치는 ‘아틀라스’의 역할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미국의 역할을 세계 차원, 그리고 지역 차원의 세력균형으로 대신해, 오히려 미국 주도의 국제질서를 더욱 강하게 이어가겠다는 역설을 보였다.


8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AP=연합

영국은 올해 6월 발간한 국가안보전략서(NSS)와 국방전략서(SDR)에서 세계가 ‘더 다극화’하고 있다는 인식을 드러내면서, 이를 매우 거칠고 거래적이며 경쟁적인 환경으로 평가했다. 그러나 사실상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이러한 환경을 부추기는 만큼, 미국의 가장 강력한 동맹국인 영국은 자국이 어떤 국제질서를 지향하는지 명확히 제시하지 못했다.

2025년 9월 유엔 총회에서 있었던 알렉산데르 스투브 핀란드 대통령의 연설은 크게 회자했고, 그는 이후 이때의 구상을 포린어페어스(Foreign Affairs)에 게재했다. 그는 다극화를 지향하는 흐름이 국가 간 이해타산을 맞추는 방식의 거래주의적 접근으로 흐를 위험이 있다고 비판했다. 그리고 국제법과 규범을 통해 공고화한 ‘가치 기반 현실주의’라는 대안적 질서 개념을 제시했다.


또 2025년 11월에 개최된 G20 정상회의 토론에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는 일본은 “법치에 따른 자유롭고 개방적인 국제질서를 수호하고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한국이 기여할 국제질서는 무엇인가?


한때는 대체로 비슷한 세계관과 방향성을 공유하던 국가들조차 이제는 조금씩 다른 답을 내놓고 있다. 이는 한국 역시 동맹국이나 유사 입장국의 답에 단순 정렬하기보다, 우리의 정체성과 국익에 근거해 스스로 답을 새롭게 모색해야 함을 시사한다.


미국 뉴욕의 유엔 본부 앞 '칼을 쟁기로' 동상. 최근 국제 질서가 변하면서 유엔의 위상도 많이 떨어졌다. 유엔

한국은 어떤 국제질서를 ‘의지적으로’ 지향할 것인가? 다극 질서를 지향할 것인가, 아니면 규칙 기반 질서를 복원하는 데 기여할 것인가? 후자라면 그 질서를 지탱할 규칙은 무엇이어야 하는가?

이에 대한 답은 전략서의 단 한 문단으로도 족하다. 그러나 한국만의 분명한 답을 담고, 그것을 이루는 데 기여하겠다는 의지가 꼭 담겼으면 한다.



전경주([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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